2020년 여름, 장마가 54일이나 길게 이어지자 그제야 우리가 젊어져야 할 기후 재난의 시대가 목도했음을 실감했습니다. ‘담대한 결단’이 요구되는 심각한 위기의 시대가 온 것이죠. 하지만 《찬미받으소서》에서도 지적하듯, 우리는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실하게는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집니다. 기업이 스스로 비용을 들여 생산 방식을 바꾸지 않듯, 각 개인도 현재의 생활양식을 유지하며 회피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점에서 ‘하늘땅물벗’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구파발성당은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가 있고, 엘이디(LED) 전등 교체, 쿨 루프 시공 등으로 온실가스감축에 앞장서는 대표적인 녹색 성당입니다. 안 쓰는 전등은 끄고, 손 닦을 때는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고, 자판기에 스테인리스 컵을 놓는 등 에너지를 아끼는 습관이 신부님부터 교우들까지 전부 몸에 배어 있고요. 이런 저희 본당에도 ‘하늘땅물벗’이라는 생태 사도직 단체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신앙 안에서 생태 문제를 접하니 그간 쌓여왔던 기후 우울감, 패배 의식, 분노 같은 것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모든 창조물들은 연결되어 있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말씀처럼, 이웃과 연대하여 나누고 실천하니 외롭지않고,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삶을 살아간다는자부심도 들었습니다. 위급한 소식을 알리는 파발 거점이었던 구파발, 이곳에서 저희가 생태 복음 전파를 위해 노력했던 사례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성당 걸어가는날
주일학교 환경 교리 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성당 걸어가는 날’입니다. 이 날은 선생님들이 아이들 개개인의 집 앞까지 찾아가 함께 성당까지 걸어오는 시간을 보냅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우리가 할 수있는 가장 효과적인 것은 자동차사용을 자제하는 것이기에 이날만큼은 모두 작은 불편을 감수합니다. 하지만 함께 수다 떨고, 놀이도 하고, 생태 친구들도 만나고, 간식을 먹으며 걸어오는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선물입니다.
장화 신은 플로깅
지구의 날에는 본당 교우들과 함께 성당 인근 실개천을 따라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동시에 자연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소 눈에 많이 거슬렸던 개천 안의 쓰레기들을 장화를 신고 들어가 깔끔하게 치우고 나니, 개천가 동식물들이 더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사순 시기 탄소 발자국 줄이기 어린이 실천 방안 10
사순 시기에는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하며 어린이들과 탄소 발자국 줄이는 노력을 함께했습니다. 전기 끄기, 받은 음식 다 먹기,금요일에는 고기 먹지 않기 등 10가지 중 실천한 항목에 매주 스티커를 붙였는데 종이 빼곡히 스티커가 가득 찼네요.
알쏭달쏭한 분리 배출 특강
양파망은 분리수거가 가능할까?
오렌지 껍질은 음식물 쓰레기인가?
일상적으로 궁금했던 알쏭달쏭한 분리수거 방식을 ‘하늘 땅을 벗’ 오경희 젬마 회원님이 교우들에게 설명해 주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알고 나니 분리수거, 어렵지 않더라고요. 역시 함께하면 힘들지 않아요.
최윤정 베아트리스
구파발성당 하늘땅물벗 & 주일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