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톨릭: 도서 | ‘서울주보는 2026년을 맞아 K톨릭 특집을 선보입니다. 한국 교회의 역사, 문화, 신앙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믿음이 고유하게 빚어낸 빛나는 가치를 스스로 바라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중 K톨릭 도서칼럼은 한국 교회만의 독특한 특징을 진단하고, 성찰을 이어갈 수있는 도서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조은주 교수님의 저서 《세계에 속한다는 것》(생각의 힘, 2026)을 읽고 나서,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라고 외치는 어린이가 나타날 때까지 임금님은 자신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이 책은 한 사회에서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오랜 기간 학생들을 만나면서, 체험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야 우리 청소년들이 얼마나 힘들게 버티며 살아가는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미 어른이 된 세대는 학업을 마치고, 직장에 취직해서, 결혼과 육아를 통해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일련의 과정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왔습니다. 자신들의 다음 세대도 이러한 과정을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의무 교육과 입시 제도를 통한 공정한 평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청소년들의 불안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열이 높은 일부 학군 지역을 제외하면 학생들에게 학업에 대한 ‘동기유발’이나 ‘동기부여’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세계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어디에도 속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고 익히고 배우며 자라고 있습니다. 저자와 만난 학생들은 학업을 마친다고 해서 당장 직장에 취직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취업이 안정적인 결혼과 육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경험한 청소년도 많지 않았습니다. 청소년들은 앞으로 자신이 속하게 될 세계 안에서 어떤 꿈을 꿀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저자는 청소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불평등에 대한 무수한 논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하였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속한 사회의 구조적 차원을 함께 직관하고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청소년과 어른 세대가 같은 세계에, 같은 사회에 속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AI 시대, 편리함에 갇혀 버린 사람들’이라는 부제를 가진 한소원 교수님의 저서 《지능 파산》(바다출판사, 2026)은 오늘날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함께 직관하고 사고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 발생하는 인지적 퇴화, 혹은 사고의 외주화가 우리의 직관과 사고 능력의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인지 욕구의 훈련과 강화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창연 모세 신부 | 성바오로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