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톨릭: 한국 활동 외국인 | 서울주보는 2026년을 맞아 K톨릭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한국 교회의 역사, 문화, 신앙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믿음이 고유하게 빚어낸 빛나는 가치를 돌아보는 자리입니다. 그중 ‘한국 활동 외국인’ 코너에서는 외국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 교회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외국인 평신도는 물론 한국에 선교 오신 수도자, 성직자 등 외국인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 교회와 한국 신앙인들의 새로우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느껴보세요!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안녕하세요! 저는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도회(Franciscan Missionary Brothers of Service) 소속으로 해미국제성지 보좌신부로 지내고 있는 아룰 세비에르(Arul Xavier) 신부입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인도 쌍둥이 신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 생기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곧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살피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따뜻한 마음을 만났습니다. 한국은 제게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나라를 넘어, 사람들의 삶을 통해 하느님께서 저를 가르쳐 주시는 곳이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를 기다려 주고, 이해하지 못한 것을 다시 설명해 주며, 함께할 자리를 내어 주신 분들의 배려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분들의 환대는 단순한 친절을 넘어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도회 공동체에서 형제들과 함께 기도하고 생활하며 저는 한국을 더 깊이 알아 갔습니다. 기도와 봉사를 함께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수도회의 정신은 제게 신앙이 일상 안에서 이웃을 섬기는 응답임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형제들과 서로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공동체의 사명을 함께하는 가운데, 하느님께서는 사랑과 인내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수도 생활을 통해 봉사는 특별한 일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형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공동체의 일을 함께 맡으며, 누군가의 필요를 알아차려 먼저 손을 내미는 것도 봉사입니다. 기도는 이웃에게서 멀어지는 시간이 아니라 이웃을 더욱 사랑할 힘을 얻는 시간이며, 봉사는 기도 안에서 받은 사랑을 삶으로 드러내는 일입니다. 그렇게 평범한 일상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날마다 새롭게 응답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해미국제성지에서 봉직하면서는 한국 교회의 깊은 신앙을 만났습니다. 평신도들의 탐구와 열망에서 시작되어 순교자들의 증언으로 이어진 역사는, 하느님께서 사람들의 작은 응답을 통해 교회를 이끄신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또한 순교자들의 삶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지금도 나를 어디로 부르고 계시는지, 나는 믿음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십니다. 그렇게 성지를 찾는 순례자들이 기도하고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며, 순교자들의 믿음이 오늘도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순교자들의 증언은 과거의 기억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 우리의 기도와 결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저는 하느님께서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그 만남 안에서 우리를 형제자매로 이끄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수도 공동체와 순교성지에서 만난 신앙은 제 믿음을 새롭게 해 주었습니다. 한국은 제게 새로운 고향이자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이끄시는 모습을 배우는 자리입니다. 한국 교회가 순교자들의 믿음을 기억하며 오늘의 삶 안에서 복음을 더욱 빛내기를 기도합니다.
아룰 세비에르(Arul Xavier) 신부
해미국제성지 보좌신부(프란치스코 전교봉사 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