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길 | 최근 우리 교회의 흐름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단연 WYD와 시노달리타스입니다. 지난 2023년, WYD 준비를 위한 첫 모임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님께서는 "2027 서울 WYD 준비는 시노드 교회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회를 1년 앞둔 올해, 서울주보는 WYD와 시노달리타스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신앙의 여정을 이어가야 하는지를 함께 헤아려보고자 합니다. 이 지면 대회를 앞두고 가장 근본적인 마음의 준비를 가다듬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데 모여 사는 것’, ‘함께 일하는 것’은 참 좋습니다. 그러나 불편함, 갈등, 충돌도 없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라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천사가 아닌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이지요. 본당에서든 WYD에서든 저마다 다른 삶, 경험, 생각, 행동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는데, 아무런 갈등이 없다면 어쩌면 그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둘이나 셋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 나도 있겠다.”(마태 18,20 참조) 하신 예수님을 우리 가운데 모시고자 애씁니다. 그렇다고 모든 어려움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다 보면 혼란이 생기기도 하고, 혼란을 줄이기 위해 권위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다 보면 자유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톨릭교회가, 특히 시노달리타스 스타일의 교회가 이루고 싶은 모습은 ‘자유롭게 그리고 질서 있게’ 나아 가는 것입니다. 자유로운 공동체이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것이 은사(카리스마, charisma)입니다. 성경에서 은사는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charis)의 열매를 가리킵니다. 방언, 치유, 기적을 행함과 같은(1코린 12,1-11 참조) 은사도 있고, 봉사, 가르치는 일, 권고, 나눔, 지도, 자비처럼(로마 12,6-8; 1베드 4,10-11; 1티모 4,14; 2티모 1,6 참조) 예수님을 믿고 증언하며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도록 주시는 은사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세례받은 모든 이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살고 증거하는 데 필요한 선물 곧 은사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 은사는 그 사람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선익과 발전을 위해,(1코린 12,7 참조) 여러 활동이나 직무를 받아들이는 데에 알맞도록 신자들을 준비시켜 줍니다. 그러므로 모두가 은사를 받았음을 인정하고, 저마다 받은 은사가 함께 일하는 데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럴 때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은사처럼 보이는 어떤 것이 정말 성령으로부터 온 것인지 알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또 성령으로부터 왔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것을 자신의 영광을 위해 쓰려고 합니다. 혼란이 생기겠지요? 함께 공통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은사를 식별하고 질서 있게 사용해야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이 질서에 대한 궁극적 책임이 교회를 다스리는 분들에게 주어졌다고 가르칩니다. 이들은 “자기 형제들에게 봉사하여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그리스도인의 진정한 품위를 지닌 모든 사람이 자유로이 질서 정연하게 동일한 목적을 함께 추구하여 구원에 이르게”(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 18항) 하도록 세워졌습니다. 이 권위는 “성령의 불을 꺼 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분별하여 좋은 것은 보존하려는 것이다.”(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3항) 그러므로 자유로이 또 질서 있게 가기 위해서는 신자들과 사목자 간에, 은사와 권위 간에 상호 인정, 존중과 소통, 협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것을 지향하면서 가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닐까요? 사실 이것이 곧 시노달리타스 과정입니다.
최현순 데레사 | 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