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기쁘고 행복한 순간에만 ‘엔돌핀(Endorphin)’이 솟아난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을 잘 보았을 때, 친구들과 배가 아플 정도로 웃을 때처럼 말이죠. 하지만 과학이 말하는 엔돌핀은 우리가 기쁠 때가 아니라, 오히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느낄 때 분비되는 ‘천연 진통제’입니다. 몸 안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진다는 뜻의 ‘내인성(Endogenous)’과 강력한 진통제인 ‘모르핀(Morphine)’의 합성어가 바로 엔돌핀입니다.
마라톤 선수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한계에 부딪혔을 때 어느 순간 고통이 사라지고 황홀감을 느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도 바로 뇌가 고통에 신음하는 몸을 보호하기 위해 엔돌핀을 뿜어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지요. 엔돌핀의 신비함은 또한, 인간의 삶이 시작되는 경이로운 순간에 잘 드러납니다. 바로 어머니의 산고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날 때, 극심한 고통을 잘 이겨내고 아이를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엔돌핀은 힘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한 아이가 태어났다는 벅찬 기쁨에 산고를 견딜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생명 보호의 기전이 가장 많이 작동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그 순간은 바로 우리의 삶이 마무리되는 임종의 순간이라고 합니다. 숨이 끊어지는 고통의 순간 엔돌핀은 최대치로 분비됩니다. 여러분은 혹시 숨을 하느님께 돌려드리고 난 뒤, 평온해진 영혼의 마지막 순간을 마주한 일이 있나요?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한 영혼의 임종을 지켜보는 일은 저에게 있어 아주 거룩한 경험으로 기억됩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 안에 피해 갈 수 없는 수많은 고통의 순간들이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그 고통을 견뎌내고 나아갈 힘도 함께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어떤 힘겨운 상황에서도 우리 존재를 결코 홀로 버려두지 않으시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가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지탱해 주고 계십니다.
청년, 청소년 여러분. 어쩌면 우리는 저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답답한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이 매일 자신만의 고민을 마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당신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바로 그 순간에도, 우리들의 몸은 열심히 엔돌핀을 생성해 내며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하느님이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것처럼요.
생명의 탄생에서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는 여정에까지 우리를 지탱해 주는 그 고귀한 생명의 힘을 기억하며, 오늘 당장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묵묵히 버텨낸 여러분을 다정하게 토닥여 주는 엔돌핀의 따뜻한 응원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몸속에서는 쉼 없이 흐르고 있을 테니까요.
김정미 아니마 수녀 | 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대구 수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