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면: 다양한 특수 사목, 사도직 현장에서 뛰고 계시는 성직자, 수도자들의 하느님 체험을 전해드리는 특별면입니다. 올해는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에 소속된 수도회의 수녀님들께서 다채로운 사도직 현장에서 체험한 하느님의 손길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저희 수도회 본원 성당 입구에는 오래된 족자 하나가 걸려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안에 적혀 있던 “와서 보아라.”(요한 1,39)라는 말씀은 여전히 제 마음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정릉 본원에서 열리는 수도원 체험을 준비할 때마다 이 말씀은 누군가를 이 자리로 초대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바로 주님이시라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수도원 체험은 신자와 비신자의 구분 없이, 하느님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일상 속 쉼터이며 작은 ‘사랑의 틈새’입니다. 참가자들은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성경 말씀 묵상을 시작으로 찬양과 기도, 침묵과 성체조배, 미사 안에서 마음을 열어 주님께 가까이 다가갑니다.
아름다운 본원 동산에서의 침묵 산책 시간은 봄이면 꽃길을 걷고, 가을이면 낙엽을 밟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는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고, 세상의 소음에 가려 희미해졌던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은총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 시간을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정성을 다하는 수도자들과 재속회원들의 손길은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봉사자들의 따뜻한 헌신 덕분에 낯선 공간을 찾은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이내 평화가 번지고, 참된 쉼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깊이 쉬어본 게 정말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이 아주 가까이 계신 것 같아요.” 어느 형제님의 이 고백은 제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매일 하느님을 모시고 살아가면서도 일상의 분주함에 묻혀 그분의 현존을 놓칠 때가 얼마나 많았나 싶었습니다. 형제자매들을 맞이하는 바쁜 일정 가운데, 오히려 제가 하느님 안에 머무는 은총을 새롭게 발견하곤 합니다.
“특별한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다시 살아갈 힘이 생겼습니다.” 체험을 마치고 돌아가는 어느 자매님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는 때로 우리에게 당장의 명쾌한 해답을 주시기보다 당신 안에 잠시 머물며 쉬어 가도록 초대하십니다. 그리고 그 쉼 안에서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시며, 다시 일상으로 걸어갈 용기를 북돋아 주십니다.
어쩌면 수도원 체험은, 주님께서 사랑으로 기다리고 계신 자리로 우리를 이끌어 그분을 만나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주님을 찾아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지만, 참으로 감사하게도 주님께서는 언제나 한결같이 우리를 먼저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와서 보아라.” 주님께서는 오늘도 지친 우리를 당신 곁으로 부르십니다.
김미선 미선젬마 수녀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도원체험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