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대의 영성 |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수많은 청년을 우리의 손님으로 맞이하는 자리입니다. 이 특별한 만남을 준비하며 ‘환대’의 정신을 여러 시선으로 깊이 들여다보는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앞으로 영성·구약·신약·철학·인간학·교의·유교·불교·베네딕토 수도 전통, 아홉 가지 영역을 통해 환대가 지닌 풍성한 의미를 차례로 조망합니다. 낯선 이를 기꺼이 맞아들이는 일이 어떻게 신앙의 실천이 되고 참된 만남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마음에 방어벽을 하나씩 쌓고 삽니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 문을 닫아걸고, 내 자리에 누군가를 들이면 나의 여유가 사라질까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여기, 온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지니고도 평생 문 앞에 서서 찾아오는 모든 이를 미소로 맞이한 분이 계십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의 수호성인 다섯 분 중에 한 분인 성 요세피나 바키타(1869–1947)입니다. 바키타 수녀님은 구약의 요셉과 같은 삶을 사셨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혹독한 노예살이를 겪으며 온몸이 상처투성이였지만 그 상처를 통해 다른 이의 아픔을 먼저 알아보고 더 많이 보듬어 주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녀는 일곱 살에 수단에서 노예 상인에게 납치되어 팔려 가면서 그 충격으로 이름도 잊어버리고 노예상이 지어 준 ‘바키타(행복)’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름의 뜻과 다르게 여러 주인에게 모진 매질을 당하면서 세상의 주인이란 원래 그렇게 노예들을 때리는 험악한 존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좋은 그리스도인에게 선물로 받은 작은 십자가 하나로 삶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그녀는 십자가에 달리신 분을 알게 되면서, 그분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종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는 주인도 있다는 사실이 바키타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요셉피나’로 세례를 받은 후, 수도자의 삶을 선택한 ‘요세피나 바키타’는 예수님을 “나의 주인이시여!”라고 고백하며 서원을 하고 ‘주님의 종’으로 살았습니다. 바키타 성녀를 상징하는 끊어진 쇠사슬은 여기서 옵니다. 노예의 몸에서 풀려난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의지로 진정한 주인을 섬기기로 하고 예수님의 상처를 바라보며, 자신의 상처를 다른 이들의 아픔을 위해 봉헌하는 힘이 생겼습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은 넉넉하고 사랑 가득한 기억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부족함과 결핍 그리고 상처받고 힘들어 보았기에 ‘헤아리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연민’입니다. 자유로이 ‘주님의 종’이 된 그녀는 수녀원에서 50년 동안 부엌일과 문지기 소임을 기쁘게 하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노예였고 흑인인 그녀를 낯설어하던 사람들도 친절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는 한결같은 모습에 이끌려 요세피나 바키타 수녀님을 ‘검은 어머니’라 부르며 좋아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은 바키타의 삶을 진정한 바키타(행복)로 만든 신앙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이신지 알아보고 진정으로 주님을 받아들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선택 말입니다. 요세피나 바키타 성인처럼 주님께서 내 모든 시간의 ‘주님’이심을 고백하는 신앙의 신비를 2027년 WYD에서 ‘찾아오는 낯선 이를 맞아들이는 선택’으로 체험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의 삶에서 ‘바키타(행복)?’ 하는 마음이 ‘바키타(행복)!’로 변화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윤진 니꼴라 수녀 | 교구 수도자실 실장, 거룩한 말씀의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