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길 | 최근 우리 교회의 흐름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단연 WYD와 시노달리타스입니다. 지난 2023년, WYD 준비를 위한 첫 모임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님께서는 "2027 서울 WYD 준비는 시노드 교회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회를 1년 앞둔 올해, 서울주보는 WYD와 시노달리타스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신앙의 여정을 이어가야 하는지를 함께 헤아려보고자 합니다. 이 지면 대회를 앞두고 가장 근본적인 마음의 준비를 가다듬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목회의, 신심단체, WYD 준비 과정 등에서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우리 모습은 어떤가요? 2천 년의 역사를 가진 가톨릭교회에는 성경과 성사를 포함한 전례 등 신앙생활을 위한 매우 안정적인 전통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문화는 과거와 다르고, 가톨릭교회가 발전해 온 서양의 그것과도 다릅니다. 우리가 믿는 그리스도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같은 분’이시지만, 그분이 주신 구원을 ‘오늘, 여기’의 사람들에게 전하려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해야 합니다. 물론 가톨릭교회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이루는 것들은 변할 수도 없고 변해서도 안 됩니다. 그래서 식별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예수님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을 어떻게 체험하게 할지, 예수님께 관심을 갖고 교회에 오게 할지, 그 구체적인 활동과 방법을 고민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이러한 식별과 결정을 위한 방법으로 ‘성령 안의 대화’를 제안합니다. 우리는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에서 성령의 소리를 듣기 위한 경청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살펴보았습니다. 따라서 식별을 위한 성령 안의 대화는 ‘성토 대회’도 ‘체험 나눔’도 아닙니다. 단지 ‘성령께 기도하는 것’만도 아닙니다. ‘성령 안의 대화’가 식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본당이나 단체, WYD처럼 함께 어떤 활동을 준비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활용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안의 대화는 ‘개인적 준비-말하고 듣기-다른 이들과 하느님께 공간을 내어주기-함께 구축하기-마침 기도’로 이루어집니다. 먼저 주제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모임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기도 안에서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성령의 소리를 들으려 애쓰며 준비합니다. 함께 모이면 시작 기도를 하고 하느님 말씀을 짧게라도 듣는 시간을 갖습니다. 사도행전 15장에서 보았듯 식별은 언제나 말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말씀은 우리를 하느님 앞에 서게 하고, 성령과 다른 사람들의 소리에 마음을 좀 더 열게 합니다. 그다음 돌아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합니다. 어느 한 사람이 지나치게 오래 말하거나 회의가 길어지지 않도록 발언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좋습니다. 한 사람의 말이 끝나면 아주 짧게라도 그 말을 숙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 시간은 내 생각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서 ‘더 좋은 생각’을, 혹은 성령께서 더 원하시는 것을 알아차리도록 도와줍니다. 이어서 각자의 통찰과 의견을 듣고 대화하면서 의견을 모으고 결정을 내린 뒤 감사 기도로 마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거나 더 나아 보이려’ 하거나 ‘그냥 따라가기만 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마다 그 결정에 기여하도록 초대받았고 또 기여할 것이 있음을 진심으로 인정하며, 자신의 몫을 다하면서 함께 결정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저마다 제 길을 걸으면서도 함께 공통의 일을 해 나가는 시노달리타스의 모습입니다.
최현순 데레사 | 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