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능력이 부족해도 누군가를 돕는 일을 참 좋아했습니다. 주변에서 오지랖이니, 실속이 없고 비생산적이니 하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부모님은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고, 저는 그런 세상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마냥 제 생각 같지 않았습니다. 제 진심을 권리로 여기거나 이용만 하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고, 결국 덜 상처받기 위해 진심을 주지 않는 훈련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선한 마음으로는 사회에서 통할 수가 없구나!’ 하는 고민에 빠졌고 괴로웠습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인간은 원래 다 그런 존재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성당에 나와 성경을 공부하면서도,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오히려 성공을 방해한다고 여긴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배우들 모임인 ‘제네시오 광대승천’에서 윤경호 바오로라는 동생을 만났습니다. 그 동생은 말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던지, 대화를 나누면 저까지도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고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바오로와 하던 통화를 끊고 울면서 기도를 드린 적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 나가는 배우인 만큼, 아마 저건 진짜 모습이 아닐 거야. 저 자리까지 얼마나 지독하고 악랄하게 올라갔겠어?’ 하는 의심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너무나 잘 압니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은 마음에서 우러난다는 것을요. 잠깐은 속일 수 있어도 오래 같이 있다 보면 다 드러나는 법이니까요.
저는 그 동생의 유쾌하고도 아름다운 말들을 따라도 해 보았지만 잘 맞지 않고 불편했습니다. 저의 마음이 많이 삐뚤어져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니, 배우 미사 모임의 다른 동생들 역시 말과 눈빛이 항상 배려 깊고 따뜻했습니다. 어떤 동생은 제가 흥분해 감정적인 말을 하면 따뜻한 눈빛으로 묵묵히 들어만 줍니다. 다들 동생들이지만 존경스러웠습니다. 큰형님들은 가족처럼 고민을 함께 나누며 지혜롭고 따뜻하게 이끌어 주셨습니다. 모두 배우로서 사회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 진심 어린 선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배우 모임의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사회에서 잘될 수 없다.’라는 저의 편협하고 삐뚤어진 사고는 녹아내리게 되었습니다.
돌아보니, 그냥 제가 연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인데, 저는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탓을 하며 속단하고 편협한 마음으로 세상을 단정지어 놓고 마음만 꼬여있는 채로 살아온 것이었습니다. 저의 이런 그릇된 마음에 하느님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응답해 주시는 손길이 느껴집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하나씩 그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 마음도 풀려 누군가가 그 따뜻함을 느끼며 하느님을 만나기를 기도합니다.
양주호 베드로 | 배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