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은 언제나 기쁨이 벅차올랐습니다. 1531년 역사상 최초로 후안 디에고에게 발현하셨던 과달루페 성모 성지의 대성전(바실리카)에서 마침내 제 번역본이 성모님께 봉헌되었습니다. 시를 쓰면서 그토록 출간되길 염원하였고, 출간된 번역본을 과달루페 성지 대성당에서 주님과 성모님께 잘 봉헌되게 해달라고 청원했던 저의 오랜 기도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과달루페 성모 대축일(멕시코에선 공휴일)인 12월 12일 낮 12시, 사제와 주교단 80여 명이 집전한 장엄 미사 중에 멕시코 가톨릭의 수장인 노르베르토 리베라 카레라 추기경님의 손으로 드디어 제 시집이 성모님께 봉헌된 것입니다.
방송사들이 생중계하고 있는 가운데 추기경님이 중앙 제대 앞에서 제 시집을 받아들고 저와 함께 기념사진까지 찍게 해 주셨는데, 이렇게 장엄 미사 중에 책을 봉헌하고 사진을 찍는 경우는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큰 체육관 같은 대성당 1, 2층에선 만여 명이 미사에 참례하고 있었고 성당 밖 광장과 대로에는 십만 명도 넘는 신자들과 순례자들이 운집해 있었습니다. 인터뷰 때 통역을 해 주신 소 요셉 신부님이 저에게 농담이 아니라며 “당신은 이제 한국보다 멕시코에서 더 유명해졌다!”며 환히 웃었던 표정이 떠오릅니다. 과달루페외방 선교회 사제들도 당신들이 이루신 일처럼 놀라워하며 기뻐하였습니다.
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은총과 사랑이 없었다면 쓸 수 없는 시집이었음을 새삼 깨닫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데 창가에서 노래 부를 리 없듯, 제 시의 목적은 바로 주님과 성모님을 찬미하는 선율임을 다시금 확신했고, 무엇보다 제가 시를 써 온 모든 과정을 주님과 성모님께서 이미 아셨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자마자 저를 다독이는 은총의 손길을 느끼며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며칠 동안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여한이 없었습니다. 이처럼 쓸 시간을 주시고, 울 시간을 주셨으며, 기뻐할 시간을 주신 은총을 더욱 깊이 깨닫는 나날이었습니다. 시집을 봉헌하기 이틀 전, TV 방송국에서 50여 분간 인터뷰 중에 이사벨 앵커의 요청에 따라 낭독했던 시로 그날의 회상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어머니, 꽃이 피어날 때 시를 써요/ 제 마음이 어머니를 향해/ 꽃처럼 피어나요/ 어머니를 향한 사랑 안에서 꽃향기가 나요/ 제 시의 향기는 어머니께로 가요//
기쁜 마음에서 기쁜 시가 나와요/ 꽃 같은 마음에서 시가 피어나요/ 시는 꽃이 되고 향기가 되어/ 어머니와 나의 사랑처럼 기쁨을 머금어요//
어머니, 시는 언제나 사랑을 찾아가요/ 꽃이 피어날 때처럼 시를 쓰면/ 내 마음이 시로 피어나서 어머니께로 가요.(<꽃과 시> 전문)
이인평 아우구스티노 |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