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제겐 뜻깊은 일입니다. 시 자체가 은총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시를 ‘쓰는’ 것이라기보다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받는다는 것은 누군가 주는 분이 있다는 뜻이지요.
다윗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찬미의 시를 읊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그 순간이 바로 하느님과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관계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인간을 만든 이유도 ‘우리 서로 기쁘고 즐겁고 다정하게 살자.’라는 밀접한 뜻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하느님을 찬미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삶의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한편, 시를 쓰며 사는 일은 참으로 어렵고 힘겨운 일입니다. 극소수 외엔 시로 벌어먹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벌어먹기 힘들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왜 시를 쓰느냐고 반문한다면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숙명으로 치면 고난을 정면으로 대하고 사는 가치가 시로써 드러날 수밖에 없는 달란트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이제껏 굶어 죽지 않았으니 은총으로 쳐도 최상급입니다. 고난을 시로 빚어 찬미의 가치로 승화시켜주신 하느님께서 마음먹고 살려주신 목숨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데에 제 시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비록 어렵고 힘든 삶을 살지라도 제 가난한 시혼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잃지 않기 때문이지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볼 때마다 백 번 후회되지 않는 일은 바로 어떤 경우에도 시를 끈질기게 써왔다는 것입니다. 시를 통해 하느님을 의식하고 하느님께 의지하는 길을 걸어왔으니까요. 그러므로 제 시편들은 은총의 터전에서 경작되어 거둔 결실입니다. 시를 산다는 것이 하느님을 섬기고 찬미하는 일이기에 거기엔 아무 사심이 없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있는 것으로서 삶의 목적이 되는 길이 곧 시의 길이었으니까요.
저는 시를 어렵고 힘들게 쓰지 않고 흥겹고 즐겁게 쓰려고 마음을 기울입니다. 시를 주신 분의 기쁨을 잘 모셔왔을 때 시의 선율이 울림을 머금기 때문입니다. 가능한 시가 어린아이 같은 동심을 즐겁게 갖출 때 찬미의 가락이 더욱 흥겨워집니다. 시를 주신 분과 받는 사람의 기쁨이 곧 찬미의 흥감을 이루니까요. 이것이 시를 통해 하느님과 함께 사는 찬미의 경지이자 제 신앙의 빛깔과 향기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어린이와 같은 시심으로 당신을 사랑하고 찬미하는 시의 숨결로 한세상을 인내하며 기쁘게 가는 길이지요. 아멘.
이인평 아우구스티노 |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