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동성당 성전은 우리 교구의 많은 본당 중에서도 울림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3층 성가대석에서 노래를 부르면 대성전 전체에 성가의 잔잔한 울림이 퍼져나갑니다. 이곳은 2~30대 내내 성가대 활동을 해온 제게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자리입니다. 때로는 성가를 부르며 환희의 눈물을 흘린 적도 있고, 때로는 간절히 기도를 드리던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 한 자매님이 어떻게 그렇게 오랜 기간 성가대 활동을 해올 수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이켜 보니, 처음부터 청년 활동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20대 초반엔 성가대를 하면서도 미사에 빠지기 일쑤였고, 대축일 특송 솔로 파트를 맡기로 해놓고 연습에 한 번도 가지 않아서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성가대 임원 언니가 보낸 장문의 문자를 받고 민망해진 저는 몇 주간 냉담하기도 했습니다. 학교, 시험, 연애, 다른 친구들과의 약속이 당시엔 미사를 드리고 성가를 부르는 것보다 우선순위였습니다.
성가대에 마음을 붙이기 시작한 건 일을 시작한 이십 대 중반쯤부터입니다. 출퇴근이 불규칙한 직장 탓에 늘 지쳐 있었고, 그럴 때마다 성가대 언니 오빠들은 주말이건 평일이건 달려와 제 하소연을 들어주었습니다. “나중에 친한 동생들이 생기면 그때 네가 챙겨줘.”라며 밥값도 술값도 내주었습니다. 하지만 매주 미사에 참석하고 성가를 부르면서도 신앙심 때문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좋아서 성당에 나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성가대 활동은 이십 대를 지나며 제 삶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주일이면 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 미사를 드리는 것이 당연해졌습니다. 성가대 단원들은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고, 성가대 안에서 배우자를 만나 성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퇴근 후엔 성서모임 공부를 하며 스스로 기도하는 법을 배웠고, 아주 천천히 주님과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말씀과 성당 공동체의 울타리 안에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해 나갔습니다.
시간이 흘러 30대 후반이 된 지금, 생물학적으로는 어른이지만 저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일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미사를 빠질 때도 있고, 크고 작은 죄를 저지르며 무거운 마음으로 고해소 앞에 설 때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대로 모두를 사랑하는 것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예전의 저와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이제는 공동체 안에서 위로받고 위로하며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지쳐있는 순간에도 성가대석에 올라 노래하고 미사를 드리면 사랑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온전히 주님의 말씀대로만 살아가는 것이 어려울 것을 압니다. 여전히 크고 작은 실수를 하며 서투르게 살아가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주님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 위해 고민하고 기도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이상윤 카타리나 | 청년 꾸르실료 체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