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제게 기도하는 모습은 늘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저녁마다 엄마가 성모님 상 앞에서 촛불을 켜고 묵주기도를 하시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 옆에서 묵주기도와 화살기도를 따라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성인이 되면서 기도는 뜸해졌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 아기 천사들가 제 곁에 찾아와 주지 않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작은 기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요.
미약한 제 기도에 양가 어머니들의 기도가 더해져 세 아이를 품에 안게 되었지만, 키우다 보니 성당 생활은 자연스레 멀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오랫동안 친구와 힘들게 지냈다는 말을 다른 이를 통해 들었을 때 마음이 철렁 했습니다. 무엇보다 그 일을 엄마인 저와 나누지 않았다는 점이 충격이었지요. ‘내가 다 채울 수 없다면, 그 빈자리를 하느님께서 대신해 주시길’ 바라며 그날로 세 아이의 손을 잡고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이 “왜 가야 해?” 하며 투덜거렸지만, 기쁨 잔치 상품과 주일학교 간식 앞에서 금세 불평이 사라졌습니다.(은총은 늘 간식과 함께 오는 법이지요. ㅎㅎ) 무늬만 신자였던 남편도 아이들 덕을 봤습니다. 제가 아무리 권해도 꿈쩍 않더니, 아이들이 “왜 아빠는 성당에 안 가?”라고 묻자 바로 따라 나선 것입니다. 아이들 덕분에 주일미사 개근 신자가 된 남편의 모습이 지금도 참 신기합니다.
다음 해에는 세 아이가 첫영성체 교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두 딸아이가 새벽 미사를 서야 하는 ‘복사’를 꼭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엄마, 복사단은 첫영성체 받은 해에만 들어갈 수 있대. 내년엔 못 한대.” 아이들의 말은 기도처럼 들렸고, 응답은 제 마음에서 울려나왔습니다. “그래, 해 보자.”
그렇게 시작된 3주간의 새벽 미사 특훈. 어떤 날은 1~2시간만 자고 미사에 나가면, 성당 의자인지 거실 소파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구석에 숨어 졸음을 감추려 했지만, 아이들 눈에 어김없이 들켰습니다. “엄마, 또 졸았지?” 하는 눈빛 말이에요. 그래도 아이들이 저를 깨워 성당으로 이끌어 준 덕분에 신앙인의 새벽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즐겁게 복사 활동을 이어갔지만, 저는 도와주던 와중에도 종종 벅참을 느꼈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선배 자모님의 말씀이 큰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그런 기도가 있어서 아이들은 즐겁게 봉사할 수 있었고, 저는 옆에서 꾸벅꾸벅 졸면서나마 도울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저는 엄마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지만, 제 아이들에게는 아직 그 모습을 많이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제는 기도를 제 삶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우리 가족이 하느님과 늘 대화하며, 자신을 넘어 다른 이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저도 누군가에게 온 마음을 다해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
신지현 지따 | 흑석동성당(첫 영성체반 학부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