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복음의 마지막 장면은 참으로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열한 제자들이 예수님의 명령대로 그분을 만나러 산으로 갑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때 제자들의 마음입니다. 그들에게는 경배하는 마음과 의심하는 마음이 공존합니다. 복음서에서 의심이 굉장히 안 좋게 취급 당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참 묘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생각하면 이는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종종 한결같고, 갈라지지 않는 마음과는 한참 거리가 멉니다. 현실 안에서 우리 마음은 갈라져서 한편에 예수님께 대한 감사와 사랑이 있지만 의심과 원망이 자리잡기도 합니다. 제자들의 이러한 마음은 우리의 마음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우리 안에 반석 같은 믿음을 지닌 베드로의 마음과, 합리적이기에 선뜻 믿지 못하는 토마스의 마음이 공존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바로 이 갈라진 마음 때문에 우리는 예수님을 더 애틋하게 찾습니다.
이러한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당부하십니다.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고 예수님과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깨우쳐 주라는 사명입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바로 이 구절에서 영감을 받아 1975년 <현대의 복음선교(Evangelii Nuntiandi)>라는 매우 아름다운 문헌을 반포하셨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에게 맡기신 복음화의 사명은 단지 세례를 받게 하는 데 멈추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사랑하고 따르기를 진심으로 갈망하는 우리의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복음화의 참된 의미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은 정말 좋습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이 약속은 구약에서도 발견되는 하느님의 영원한 약속입니다. 예수님의 충실함, 하느님의 충실함이 재천명됩니다. 충실함, 즉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겠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참 약한 존재입니다. 예수님을 직접 만나는 순간에도 한가닥 의심을 품었던 제자들처럼 말입니다. 왜 우리는 의심할까요? 우리가 예수님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늘 충실하지 못하니까 그 한결같은 충실함 앞에서 머뭇거리며 의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못남과 모자람으로 괴로워할 때, 좁디 좁은 마음으로는 품을 수 없는 존재 앞에서 분노할 때에도, 늘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제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잘나서 그분이 함께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신 것입니다. 우리의 잘남이나 공덕이 아니라, 예수님의 따뜻하고신 자애로운 사랑으로 인해서 말입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모든 것이며,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알려야 할 예수님의 모든 것입니다. 거룩한 충실성.
김민 요한 신부 |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