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군에서 21개월 동안 군종병으로 복무했던 유경태 안토니오입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 군종병으로 복무하며 경험했던 소중한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처음 군종병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었을 때는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신앙을 지키며, 또 누군가의 신앙생활을 돕는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기쁘게 임하게 되었습니다.
군종병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성당을 찾는 장병들이 신앙 안에서 작은 위로와 쉼을 얻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제 기억 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순간은 울릉도의 한 작은 부대를 방문해 미사를 봉헌했던 때입니다. 그곳에는 성당도 없고, 상주하는 신부님도 계시지 않아 주일 미사를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신앙을 지키는 군인들이 계셨기에, 신부님과 저는 배를 타고 왕복 6시간이 넘게 걸리는 울릉도로 향했습니다. 군부대의 작은 강당 한편에 제대를 마련하고, 탁구대를 접어 고해소를 만들었습니다. 정성껏 준비한 미사에는 10명 남짓한 장병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그 어떤 미사보다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군복을 입은 채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하느님을 향한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성체를 모신 뒤, 한 친구가 조용히 눈물을 흘리던 모습입니다. 그 눈물은 힘든 군 생활 속에서도 하느님께 받은 은총에 대한 감사였을 것입니다. 이 경험은 저에게 군종병으로서의 사명감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고,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를 깊이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열 명의 나병 환자를 고쳐 주셨지만, 오직 한 사람만이 돌아와 감사를 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성체를 모시고 눈물을 흘렸던 그 친구의 모습에서 오늘의 복음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눈물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하느님께 받은 은총에 감사했던 사마리아인의 믿음과 같았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특별한 모습이나 조건이 아닌, 그저 작은 감사와 진실한 마음을 가장 귀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군종병으로 보낸 21개월의 시간은 저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의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장병들의 신앙생활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했지만, 오히려 그들의 순수한 믿음과 하느님을 향한 간절한 마음에서 제가 더 큰 깨달음과 위로를 얻었습니다. 그들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저에게는 가장 소중한 은총이었습니다.
군인 주일을 맞아, 이 땅의 모든 군인과 군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시는 군종 신부님들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저도 군 생활을 통해 얻은 은총과 감사를 잊지 않고, 앞으로도 주님의 평화를 전하는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유경태 안토니오 | 군종병 복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