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행사 후 귀갓길 버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그 순간, 손을 흔들어 주시던 한 신부님의 모습이 제 신앙생활의 첫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삶에 지쳐 있던 어느 날, 주님께서는 저를 성당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미사 후 신부님께서는 “다음 주부터 이 옷을 입고 자리에 서 있기만 하면 된다.”라고 하시며 저를 성가대석에 앉히셨고, 그렇게 제 청년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 열정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에, 그들의 행동이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봉사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내주는 말씀 달력 이미지도 처음엔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조건 없는 헌신과 봉사의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신앙보다는 저를 이끌어준 사람들에 대한 의리로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 차가워졌던 제 마음은, 묵묵히 기다려준 그들 덕분에 서서히 녹아들었고, 결국 밀어내기만 했던 창세기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부는 저의 신앙뿐 아니라 삶 전반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창세기 연수 이후, 우리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하늘에 별로 떠나보내는 큰일을 함께 겪으며 많은 활동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청년캠프 준비를 시작으로 음악회, 성가제까지, 직장 외의 공간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상상조차 어려웠던 저에게는 엄청난 변화였습니다. 활동이 시작되면서 대표 봉사자의 부탁으로 말씀 봉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당시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시작하게 된 봉사였습니다. 그런데 첫 그룹 봉사를 위해 노트를 읽고 내 묵상과 나눔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족함을 느꼈지만, 주님께서는 저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해 주셨음을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말씀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말씀을 삶에 접목시키고 살아내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청년들과 함께 말씀 공부와 본당 활동을 병행하며 말씀의 힘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저는 본당 대표 봉사자로 첫 해를 보내게 됩니다. 식었던 제 마음은 곁에 다가온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진심 어린 행동으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마음은 많은 청년들에게 말씀 공부를 추천하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진심을 담아 건넨 권유를 청년들은 기쁘게 받아 주었고, 우리의 성서 모임은 점차 커져갔습니다. 봉사의 순간들이 결코 녹록지 않았지만, 말씀과 함께하니 본질에 대한 질문을 주기적으로 던지게 되었습니다. 물리적인 시간 봉헌이 신앙의 척도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신앙생활이란 무엇인지, 이런 고민들을 말씀 공부 안에서 다른 청년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청년을 사랑하고 그분께 이끌고자 했던 이들의 따뜻함, 그리고 온유하지만 확고했던 사랑을 기억합니다. 그 기억은 실천이 되어 민들레 홀씨처럼 멀리 흩어져 나갑니다.
기수희 로사리아 | 청년성서모임(등촌1동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