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발전하고 삶의 자리도 윤택해지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입니다만,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 또한 성장해 가고 있는지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의 관심을 바라봅니다. 오늘 복음에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지내는 ‘어떤 부자’와 집대문 앞에서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는 ‘라자로’가 등장합니다.(루카 16,19-20 참조) 부자는 자신의 삶을 즐기고, 라자로는 배고파합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많은 보물들을 나만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갈 것인가, 그 선택은 나의 관심에서 드러납니다.
예전에 어느 추운 겨울날, 명동에서 신자들에게 백설기 한 박스(20개)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떡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집에 가져가면 냉동실에 들어갈 것이고, 지금 필요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면 누군가의 따뜻한 한 끼가 될 수 있기에, 혜화동까지 걸으며 거리의 사람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술을 드시며 거리에 앉아 계신 분들에게는 필요한지 물어보았고, 거리에서 주무시던 분들에게는 온기를 느낄 수 있게 얼굴 가까이에 두고 왔습니다. 그렇게 2시간을 걸어다니면서 백설기를 나누어 드리며 느꼈던 기쁨으로, 추운 겨울이었지만 마음은 뜨거워졌습니다.
당시 백설기 부자였던 제가 나눔을 실천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느님께, 그리고 관심을 돌릴 수 있도록 힘을 주신 예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고 싶었기에 복음을 자주 묵상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 가능했습니다.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며 얻는 은총의 힘으로 우리는 의로움과 신심, 믿음과 사랑,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며 살아가게 됩니다.(1티모 6,11 참조)
‘불행하게 자신만 걱정 없이 사는 삶, 마음 놓고 살아가는 삶’(아모 6,1 참조)이 아니라, 예수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시다. 그렇게 살다보면,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내 것을 나눌 수 있는 은총을 만나게 됩니다. 나아가 우리도 마지막 날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특별히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아,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청합시다.)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남겨주셨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예수에 대하여 말하거나 예수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예수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을 닮아 예수님이 되도록, 그분을 깊이 묵상하며 살아갑시다. 나는 지금 이런 마음인데 예수님이셨으면 어떻게 하셨을까? 자주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살아가봅시다. 그러면 우리는 복음을 자주 묵상하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권혁준 바오로 신부 | 하계동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