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변 본당에 주일 미사를 도우러 다녀오면 교우분들께서 전화를 주시곤 합니다. 어느 날에도 수도원 사무실에 앉아 있었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신부님, 제 아들이 학교에서 사건을 터트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화를 드렸습니다. 학교에서 친구와 말다툼하던 중 그 친구가 부모인 저희 욕을 했는데, 그만하라고 해도 계속하자 화가 난 나머지 주변에 있던 칼을 들고 그 친구를 위협했다고 합니다. 너무 놀라서 아이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모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이 아이가 칼을 들었다는 행동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바라봐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는 친구와 다투는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님을 욕하는 말을 듣고, 부모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나이가 들었지만, 누군가 부모님을 욕한다면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먼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어야 합니다. “고마워 아들, 엄마를 지켜줘서!”라고 말하며 따듯하게 안아주고 다독여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런 다음, 아이가 부모를 지키려 했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행동했다는 점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들아, 엄마를 지키기 위해 칼을 든 행동은 잘못된 거야.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돼. 혹시 또 그런 일이 생기면, 그 자리를 피하고 선생님이나 어른들께 도움을 청하면 좋겠어.” 이처럼 잘못된 방법은 바로잡고, 올바른 대처 방법을 반드시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들, 엄마는 네가 엄마를 지키려는 그 마음이 자랑스러워.”라고 말하며 긍정적인 훈육을 통해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고, 올바른 행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긍정적 훈육은 오늘 복음 말씀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이 말씀을 긍정문으로 바꾸어 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자랑스러워한다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오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을 보내면서 특별히 김대건 신부님의 어머니 고 우르술라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분은 ‘천주를 공경해 받들려는 까닭’으로 아들을 타국으로 유학 보내며 긍정적인 믿음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사제가 되어 돌아온 아들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했을지 함께 생각해 봅시다.
최남식 베드로 신부 | 살레시오회(살레시오청소년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