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젊은이들의 희년: 1004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부르심을 받은 것은 제게 크나큰 은총이었습니다. 여정의 모든 순간을 지켜주신 하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순례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곤 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한 청년 신앙인에게 순례란 어떤 의미일까요? 저의 순례는 세상의 시간을 잠시 멈추는 믿음으로, 4년간 익숙했던 자리를 내려놓는 용기로 시작되었습니다.
2025년 희년 맞이 ‘1004 프로젝트’ 청년 대표 선발. 영광스러운 부르심이었지만, 솔직히 제 마음은 기쁨보다 앞날이 불투명한 청춘의 무게와 책임감으로 가득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는 길, 과연 그 끝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복잡한 마음만큼이나 무거웠던 가방을 메고, 기대와 의심 속에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러나 로마는 제 안의 모든 염려를 비워내고 새로운 빛으로 채워주었습니다. 디지털의 속도에 익숙한 저에게 오랜 시간을 견뎌낸 대성전들은 처음엔 그저 거대한 유적지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차가운 성문에 손을 얹었을 때, 저는 시간을 넘어선 신앙의 온기를 느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문이 아니라 믿음의 산이었고, 수많은 신앙 선조들이 바친 ‘젊음’과 ‘눈물’이 쌓여 흐르는 은총의 강이었습니다.
특히 토르베르가타의 밤, 세상 속에서 각자의 믿음을 지키며 때로는 외로웠을 전 세계 청년들이 거대한 연대를 이루는 것을 보았습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수만 명의 청년들이 하나의 성체 아래 침묵할 때, 저는 세상에서 가장 큰 광장 한가운데서 가장 깊은 고요를 만났고, 그 거룩한 침묵 속에서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여기, 너희와 함께 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세계 청년들이 저희를 향해 “코리아!”를 외칠 때, 그들의 눈빛에서 저는 미래를 보았습니다.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기대, 그리고 복음의 기쁨을 이어갈 한국 청년들을 향한 희망이었습니다. 그 외침은 하느님의 선물이자, 이제 우리가 응답해야 할 사명이 되었습니다. 부끄러움과 벅차오름이 교차하는 그 순간, 저는 제 작은 어깨 위에 놓인 이 사명의 무게가 얼마나 영광스러운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묻고, 대답합니다. 순례란 무엇이었을까요. 저에게 순례는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마음의 이동’이었습니다. 불안의 자리에서 확신의 자리로, 홀로 걷던 길에서 함께 걷는 길로, 그리고 세상의 기준을 따르던 삶에서 거룩한 책임감의 자리로 옮겨가는 ‘젊음의 여정’이었습니다. 로마에서의 여정은 끝났지만, 이제 저의 진짜 순례는 이곳, 삶의 한복판에서 시작됩니다. 가슴에 품은 은총의 온기를 연료 삼아, 일상이라는 순례길 위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다짐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의 삶에도 희망의 빛이 언제나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정지연 플로라 | 개포동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