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큰 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성인이 되어 꼭 하고 싶었던 것은 주일학교 선생님뿐이었고, 어떤 대학에 진학할지,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는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학 합격 발표가 난 후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성당이었고, 주일학교 교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대학 생활이 곧 교사 생활이 될 만큼,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성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성인이 되어 누릴 수 있는 자유는 모두 교사 활동에 쏟을 만큼 몰입했기 때문입니다. 성당에서 만나는 청소년 친구들이 너무 예뻐서 주일만 기다리며 한 주를 보냈고, 본당을 넘어 지구, 교구 활동까지 하면서 좋은 동료, 선후배 선생님들을 만났는데, 그들과 보내는 시간이 그 어떤 것보다 행복하고 소중했습니다. 하지만 성당활동에서 행복을 느낄수록 학교 수업에 빠지는 날이 늘었고, 학업에는 점점 소홀해졌습니다. 어쩌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외면하고 지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교사 생활을 즐겁게 이어가던 중, 어느덧 졸업반이 되어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때가 되었고, 그제야 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취업은 해야겠는데, 하고 싶은 일도, 자신 있는 일도 없었고, 그동안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해 온 대부분의 활동은 성당과 관련된 것뿐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외부 활동, 인턴, 어학연수, 공모전 등을 통해 차근차근 사회생활을 준비해 왔지만, 저는 그 필요성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었습니다.
그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혹시 주일학교 친구들이 저를 ‘성당에서만 열심히 살면서 사회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성당 신자분들도 ‘저 선생님은 성당활동만 하느라 시간을 다 써서 결국 취업도 못 했네.’라고 생각하신다면, 아이들을 주일학교에 보내는 걸 주저하시거나, 성인이 된 자녀의 교사 활동을 반대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은 성당 안에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면서 신앙과 삶의 균형을 이룰 때 진정한 완성에 이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그때부터 그동안 소홀했던 학업과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한 준비를 더 열심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 주일학교 교사로 열심히 활동하면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 다른 일도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나아가 올바른 생각과 행동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 과거 학생이었던 친구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본받고 싶은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지금도 주일학교에서 만난 청소년 친구들이 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백근재 도미니코 사비오 |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중고등부 교육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