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에게 딱 어울리는 봉사 활동이 있네요.”라는 딸의 권유로 퇴직 후 민족화해위원회 소속 ‘Unitas’(우니타스) 성가대의 오디션을 보러 모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명동성당에 갔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성가 ‘평화를 주옵소서’를 오디션 자유곡으로 정했는데, 마침 그날 미사에서 우니타스 성가대가 파견 성가로 그 곡을 불러 더욱 친근함을 느끼며 성가대 일원으로 기쁘게 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Unitas’(우니타스)는 ‘일치’라는 뜻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민족화해위원회의 지향을 담고 있는 이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우니타스 성가대원으로 명동성당 대성전의 제대 옆 성가대석에서 매주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제겐 큰 축복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연말에 본당에서 성경 나눔을 하는 모임의 대표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부담감에 거절 의사를 밝히기 위해 주님께 기도하였습니다. ‘주님, 이번만은 피해 가게 해 주세요. 다음에는 어떤 봉사든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일이 있고 보름쯤 지나 느닷없이 우니타스 성가대 단장으로 추천되었는데 ‘주님께서 나를 도구로 쓰려 하시는구나!’라고 느끼며 주님께 드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에는 흔쾌히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사순 시기를 보내며, 루치펠의 시샘인지 봉헌곡 선정 문제로 단원 간에 불협화음이 일기 시작하였습니다. 화해를 위해 애를 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화는 더욱 심해졌고, 급기야 단장인 저에게 공격의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난생처음 받아보는 모욕이었기에 억울해서 조배실을 찾아 펑펑 울면서 하소연하며 주님을 원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매일 조배실에서 기도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주님께서 저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 주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의 중심에 하느님이 아닌 제가 자리 잡고 있어서 상대를 포용하지 못한다는 것도 일깨워 주셨습니다. 제 안에 살아 계시는 주님을 믿으며 어둠을 빛으로 변화시키는 주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이제는 주님의 은총으로 상대를 용서하고 받아들임으로써 평화로운 찬양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의 일상 안에는 다양한 갈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성당 내 단체라고 해서 갈등이 비껴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모든 상황이 간절한 기도를 통하여 용서와 화해의 겸손한 자녀로 성장하도록 이끄시는 주님의 계획임을 깨닫습니다. 최근에는 ‘화해 평화학교’에도 참여하여 남북한의 평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화해를 지향하며 기도할 때 우리 일상에서도 그리고 남북 관계에서도 갈등을 이겨내는 화해가 얼마나 큰 힘인지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갈등이 극복될 수 있음을 믿는 것, 그것이 바로 신앙의 빛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미숙 데레사 | 민족화해위원회 우니타스 성가단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