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요한 14,28)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의 승천을 제자들에게 예고하십니다. 당신이 떠나야 보호자 성령께서 오신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알리신 것입니다. 그리고 지상에 남겨질 제자들을 위해서 위로의 말씀도 건네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 14,27) 이렇게 말씀하신 이유는 이미 제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음 때문에 지상에 홀로 남겨져 걱정과 두려움으로 마음의 평화를 잃은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던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셔서 하신 첫마디는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였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을 목격하고 자신들도 언제 잡혀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산란해졌던 제자들입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건네신 평화의 인사 덕분에 두려움과 걱정이 사라지고 다시금 기쁨과 평화가 넘치는 마음의 변화를 체험했습니다. 제자들은 이러한 체험 덕분에 승천을 앞두고 평화를 남기고 간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큰 위로를 얻게 됩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 14,27)라고 하신 말씀대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모든 ‘죽음을 이기는 평화’이고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화’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더 이상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움츠려 있지 않고, 밖으로 나가 예수님이 그리스도이시며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널리 선포하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이 주는 평범한 평화가 아닌 하느님 나라의 평화를 제자들에게 주신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주신 그 평화를 우리에게도 주고 계십니다. 특히 미사를 봉헌할 때 명확하게 드러나는데, “주 예수 그리스도님, 일찍이 사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가며 내 평화를 주노라’ 하셨으니….”라며 사제는 교우들에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평화의 인사를 그대로 선포합니다. 미사 중 평화의 인사를 나눌 때마다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간다.” 하신 예수님의 뜻을 헤아리며 우리에게도 그 평화가 허락되길 청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끊이지 않고 들리는 전쟁 소식과 서로 다른 이념으로 분열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에게, 또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더욱 힘들어진 이때에 그리스도께서 약속하시고 이룩하신 평화를 지금 우리에게도 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들과 함께!
김형균 스테파노 신부 | 사회사목국 경찰사목위원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