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새 계명을 주시며 서로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제가 선교사로 한국에 처음 왔을 때가 기억납니다.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누가 저에게 호의가 있는지, 별로 관심이 없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금방 알아차립니다. 모두가 쉽게 느낄 수 있는, 모두가 잘 아는 이 사랑을 주님께서는 왜 새 계명으로 주셨을까요? 사랑은 단순히 느낌과 감정의 세계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라면 의식적으로 해야 할 선택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새 계명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요?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방법이 있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랑의 법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이 사도 학교에 입학해야 합니다. 스승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그분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배우는 것입니다. 어쩌면 모든 그리스도인은 평생 주님의 학교를 졸업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의 삶을 살려고 해도 그분이 보여 주신 만큼 사랑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감정의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상처 준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제자는 사랑과 용서를 삶의 법칙으로 받아들인 사람이기에 사랑을 선택합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면 자신 또한 병들게 됨을 압니다. 미움이 내 안에 스며들어 독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만 봐도 주님께서 우리에게 왜 사랑을 계명으로 주셨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의 법은 결국 우리를 위해서 주신 것입니다. 사랑의 법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배우는 것입니다.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가장 불쌍한 사람입니다. 누군가를 마음 깊이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이 말하듯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대로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보고,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그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러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하느님 모상대로 만들어진 존재임을 기억하고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사랑의 선교사입니다.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우리에게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합시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 이 세상에 주님을 선포하기 위한 다른 쉬운 방법은 없습니다. 이 세상에 사랑이 되어 준, 그분의 삶과 사고방식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주님, 당신을 세상에 드러내 보여 줄 수 있도록 우리 삶의 중심에 계시옵소서.”
인만희 마누엘 신부 | 글라렛 선교 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