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봉사하면서 느낀 것을 서울주보에 나눠 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을 청년성서모임 담당 신부님께 받았습니다. 흔쾌히 하겠다고 답을 드렸으나 막상 마감일이 가까워질수록 주제도 찾지 못하고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출근길에 로이킴의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가사 중에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처음의 설렘보다 이 익숙함을 소중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구절이 귀에 들어온 것입니다.
저는 어느덧 햇수로는 10년째 유럽 청년성서모임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계속 봉사를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봤습니다. 봉사하면서 새로운 그룹원 또는 연수생을 만날 때 느끼는 설렘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성서모임은 제 삶을 돌아보면서 함께 계셨던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이고, 노래 가사처럼 제게 익숙함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해준 곳이기에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유아 세례를 받고 냉담 기간 없이 성당을 계속 다녔지만, 저는 부르심을 받은 기억도 딱히 없고 하느님 체험도 하지 못했다고, 그런 것은 특정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극적이고 잊을 수 없는 인생의 큰 사건이리라 생각했습니다. 냉담하다가 특별한 계기로 성당에 돌아온 사람들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성서모임을 알게 되고 성경 말씀을 통해 삶을 묵상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여태껏 살아온 삶과 신앙 여정 안에서 제가 성당에서 발길을 끊지 못하게 했던 것들이 하느님의 부르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성당을 나가는 이유는 계속 바뀌었습니다. 복사를 설 때는 전례 그 자체에 매료되어서, 그러다 성가를 부르는 것이 좋아서, 오르간 음악이 좋아서, 성당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서⋯. 돌이켜 보면 성당에 가는 것은 제게 너무나도 익숙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성당을 다니면서 제 믿음이 30여 년 동안 한 겹 한 겹씩 쌓이며 어느덧 기적과 같은 두께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삶에 하느님께서 항상 함께하셨는데, 익숙함에 젖어 그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청년성서모임은 어떻게 보면 특별하지 않은 곳입니다. 성경을 읽고, 각자의 삶을 돌이켜 보며, 다른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듣는 장소입니다. 그러나 그 삶의 이야기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부르심, 그분의 현존을 발견하게 됩니다. 항상 계셨으나 익숙함에 숨겨져 있던 그분을 발견한 특별한 곳이 제게는 바로 청년성서모임입니다. 봉사를 하면서 더욱더 익숙함을 소중히 여기며 일상 안에서 하느님을 찾는 노력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김현수 요한보스코 | 청년성서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