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양육 시설인 꿈나무마을로 오기 전, 저는 청년들과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시설 책임자로 경기도 가평 현리마을에 파견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가장 시급했던 일은 그 시설을 잘 정비하는 것이었습니다. 2020년부터 정해진 일정에 맞춰 연수 교육이 진행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수강자들에게 숙소와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 교육 시설의 대관 업무도 제 일이었습니다. 과거에 저희 수도원 공동체의 손님방을 관리하면서 ‘내가 민박집을 운영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숙박시설 운영자가 된 것에 신기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기억하듯이 2020년 정초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무서운 속도로 세상을 덮쳤고,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 저는 가게 문 열자마자 휴업이라는 난처한 현실에 부딪혔습니다.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미룬 채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렸으나 그것은 허황된 기대였습니다. 백신도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막연히 더 기다릴 수 없었고, 결국 2020년 여름방학부터는 온라인으로 연수 일정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신속하게 비대면 방식의 수업을 마련했습니다. 그렇게 가까스로 한 해를 넘기고 2021년 저는 현재의 사목 현장인 꿈나무마을로 파견됐습니다.
코로나가 여전히 한창이었으나 대규모 양육 시설에서 아동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했기에, 대부분의 기간을 오는 사람 없이 고요 속에서 보냈던 가평의 생활과는 달리 분위기에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저희 예수회원들이 오기 전 이곳은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가 서울시에서 시설을 위임받아 오랫동안 운영해 왔기에 초등학교 저학년을 빼고는 아동들 대부분이 세례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이곳에서 퇴소하게 되면 성당에 다니지 않으려 합니다.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릴 때 유아세례를 받고 자라면서 충분히 미사 참례 했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주장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코로나에서 벗어난 올해 부활대축일에 감격했던 것은 퇴소한 청년들 중 몇몇이 꿈나무마을에 찾아와서 고해성사와 영성체를 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제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외치듯 ‘주님의 길을 마련’하기 위한 대림 기간에도 청년들이 찾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아주 소박하게도 이 묵은 냉담자들이 누군가의 강요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철이 들어 스스로 자기의 신앙에 대해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일 년 중 최소한 부활과 성탄 만큼은 설과 한가위에 모이듯 꿈나무마을 성당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스스로 동네 성당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일도 머지않겠죠. 퇴소한 청년들은 예전 자신들을 대강당에 모아놓고 미사를 봉헌하게 하던 그때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종종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그때는 신앙을 밀어냈으나 이제는 품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립준비청년들의 마음이 풀리고 자라고 있습니다.
박종인 사도요한 신부 | 예수회원, 꿈나무마을 공동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