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막내아들이 엄마에게 “저녁에 불고기 먹고 싶어요.”라고 말하자, 엄마는 오랜만에 요리 솜씨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뚝뚝한 큰아들은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주방을 기웃거렸고, 싸늘하던 둘째 딸도 “밥 먹자.”는 말에 식탁에 와 앉았습니다. 막내아들은 아빠까지 불러와 어느새 가족 모두 함께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이윽고 막내딸이 엄마에게 “엄마, 저 오늘 너무 행복해요. 우리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어서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순간, 웃음이 가족 안에 번졌습니다.
우리는 가족을 ‘식구’라고 부릅니다. 며느리가 들어오면 ‘새 식구가 생겼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즘 가정을 돌아보면 함께 식탁에 모여 식사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아예 없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이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울 시간이 사라졌습니다. 그 결과 대화를 나눌 시간뿐 아니라 화제와 관심마저 사라져, 어색함만이 가족 안에 남아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가족과 나눌 대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족을 만나면 어색함이 아니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족애는 단순히 혈연만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갈 때 가족애가 싹틉니다.
예수님께서도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루카 8,21)라고 하시며 당신의 어머니를 두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부활하신 후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제자들과 함께 하시면서 저녁이 되어 빵을 떼어 나누실 때 제자들이 당신의 말씀을 깨닫고 받아들이게 하셨습니다.(루카 24,13-35 참조) 죽음을 앞두신 순간에도 제자들과 한 식탁에 앉아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주시며 “이는 내 몸이며,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 26~29 참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은 주님께서 우리를 한 가족으로 부르시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이집트로 피난을 떠났다가 다시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깊은 가족애를 보여 주었습니다. 또한 “그는 나자렛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마태 2,23)라는 말씀은 예수님께서도 가족과 함께 행복한 기억 속에 살아가셨음을 보여 주며, 하느님께서도 그들의 가족을 지켜 주셨습니다. 우리도 가족을 위해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최남식 베드로 신부 | 살레시오회(살레시오청소년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