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고민을 하게 하는 글을 예전에 주보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어느 수사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기자와 한 인터뷰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기자가 “당신이 죽었는데 하느님이 안 계시면 어떨 것 같습니까?”라고 묻자, 수사님께서 이렇게 답변하셨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계시든 안 계시든 저는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 덕분에 제 삶은 행복했으니까요.” 당시 제 생각으로는 수사님의 말씀이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왜 하느님이 안 계셔도 상관이 없다는 거지? 그렇게 되면, 여태 믿음으로 실천했던 선행들과 다져왔던 마음가짐들은 다 헛된 것이 되는 셈 아닌가?’ 사실 저는 그즈음 사후 세계가 있다고 믿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죽으면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성경 공부와 봉사를 통해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주님의 응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감사하면서 감사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쁠 때도, 화가 날 때도, 원망스러울 때도 감사한 것들을 찾고자 했고, 감사할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는 억지로라도 찾아보자고 생각하며, 정말 숨 쉬는 것과 같은 작은 것부터 찾아보았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감사한 일이 너무나 많았고, 감사함에 벅차다 보니 기적같이 저의 현실적이고 감정적인 고통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는 기쁨을 맛봤습니다. 감사함에 더 초점이 맞춰진 제 삶은 너무나도 충만하게 바뀌었습니다. 예전의 저는 피곤한 완벽주의자라서 열 가지 중 아홉이 잘 되어도 하나가 잘못되면 불행해했습니다. 그러나 감사 기도를 한 다음부터는 하나만 잘 되어도 너무 행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분께서 주보에 남기신 글처럼,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벌이 따로 필요 없다. 왜냐하면 감사할 줄 모르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벌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마음 깊이 와닿습니다. 당시 제 주변에 똑똑하고 비판적인 사고로 가득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모두 자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 친구들은 저의 신앙을 비웃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얼굴에는 항상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아마도 감사할 줄 모르는 벌을 받은 얼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 이후 저는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제 삶에 함께 하고 계심을 느끼면서, 매사에 감사하며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삶이 끝났는데 하느님이 안 계시면 억울할까?’ 하는 질문 앞에서 그 수사님께서 하셨던 말씀에 어느 날 깊이 공감하며 저도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이 안 계신다 하더라도 저와는 상관이 없고, 그저 하느님과 함께여서 제 인생은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했다고요. 저는 믿습니다. 남은 인생, 좋은 생각과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마지막 순간 그분께서 두 팔을 벌리고 안아주시리라는 것을.
양주호 베드로 | 배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