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다 된 나이에 어렵게 성경 공부를 시작했지만, 제게 성경은 여전히 허무맹랑한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본당 신부님과 봉사자들은 제 질문에 당황하시면서도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셨고, 그분들의 권유로 성서 모임의 꽃이라 불리는 연수에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존재를 찾는 데 이미 지쳐있었기에, 첫 강의 시간부터 삐뚤어진 마음으로 책상에 엎드려 잠이나 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벌떡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강의의 주제는 제가 그토록 궁금해 왔던 ‘하느님의 현존’에 관한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쉬는 시간에도 쫓아가 질문을 쏟아냈고, 신부님께서는 열정적으로 제 고민에 함께하며 답해 주셨습니다. 그토록 목말랐던 제 신앙은 드디어 오아시스를 만난 것이었고, 기쁨으로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조금이라도 더 헤아리며 해답을 찾아주려는 신부님, 수녀님의 마음이 전해져서인지, 말할 수 없는 안정과 평화를 느꼈고,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첫날을 보내고, 다음날 고해성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악마가 찾아오기라도 한 건지 마음이 다시 삐뚤어지기 시작하더니 고해소에서 신부님께 “정말 하느님이 있다고 믿으시나요? 믿어서 저에게 좋은 게 뭐죠?”라고 말하고야 말았습니다. 신부님은 관객이 영화를 보듯 한 발짝 물러서 제 삶을 살펴볼 것을 제안하시며, “그 영화에 하느님을 출연시켜 보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어떤 모습으로 함께 하셨는지 묻는 신부님의 질문을 통해, 저는 제 인생의 사건마다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보게 되었고, 참을 수 없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의심하고 불신하는 이런 형제님의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뭐라고 하실까요? ‘괜찮다. 괜찮다.’ 하시며 함께하지 않으실까요?” 저는 주저앉아 울면서 한동안 고해소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날 연수원 성당에서 밤새 저는 고통의 순간마다 함께하셨던 하느님을 다시 느끼고 그분께 용서를 구하며 새로 태어났습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나, 모든 걸 감시하고 벌하는 두려움의 하느님이 아닌, 그 어떤 순간에도 함께하시는 사랑의 하느님을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토록 힘들게 답을 찾아 헤매던 저를 바라보고 계셨던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저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그 이후, 저는 일주일에 반 이상은 하루 종일 성당에서 하느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 연수에서 뵈었던 신부님들을 찾아뵙고 대화 나누며 가르침을 듣고, 성경 공부 봉사자로 활동하며 형제자매들과 그 기쁨을 나눴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배우로서 많은 작품 활동을 하거나 사회적 성취를 거둔 시기는 아니었지만, 그 몇 년은 제 인생에서 분명 가장 의미 있고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하느님은 여러분의 인생 영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함께하고 계신지요?
양주호 베드로 | 배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