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어린 시절은 성당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늘 성당에서 보냈습니다. 성당에 가면 친구들과 형, 누나, 동생들이 있었고, 먹을 것도 즐거운 일도 많았습니다. 사실 그때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았죠. 그러다 사춘기를 지나 고등학생이 되면서 “하느님은 정말 존재하실까? 존재하신다면 어떤 분일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기도가 어떤 때는 응답받는 것 같고, 또 어떤 때는 외면당하는 것 같은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생각은 꼬리를 물며 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들로 이어졌습니다. “주님은 정말 공평하신 한 분이실까? 그렇다면 왜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기아 속에 태어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고, 뉴스에서 보는 가슴 아픈 사연들처럼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불행을 겪어야 하는가?” 또한 세상에 수많은 악인들이 악행을 저지르며 살아가는 것도 이상하지만, 하느님께서 단 한 번만 나타나 주셔도 그들이 두려워하며 악행을 멈추거나 줄일 텐데, 왜 방치하시는 걸까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며 결국 하느님에 대한 의심으로 번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의심은 더욱 커져, 제가 무신론 서적인 《만들어진 신》을 읽었을 때, 기어코 제 신앙의 근간을 무너뜨렸습니다. 그 책은 신과 종교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일 뿐 실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논리와 증거가 너무 치밀해 반박조차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저 자신이 너무 화가 나 본당 신부님과 학사님을 비롯해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질문을 했지만, 돌아온 답은 “인간적인 사고로만 답을 찾으려 하지 말라.”거나 “때가 되면 응답해 주실 것”이라는 제가 원치 않는 말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의심을 해결하지 못한 채 저는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인생의 여러 시련을 겪을 때마다 간절히 기도를 드렸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기도의 허망함을 느끼며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결국 하느님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동안 존재하지도 않는 하느님께 속아 세월을 허비했다는 자책과 허탈함을 달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오랜 정이 있어 하느님과 결별 인사(?)도 나눌 겸 주일 미사에 참례하고 나오는데 청년성서모임(성경 공부) 홍보를 보게 되었습니다. 순간 마음이 크게 일렁이며 머리와 몸이 마비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토록 하느님에 대해 고민하고 의심하며 답을 찾으려 하면서도 정작 가장 기본인 성경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그 순간, 하느님께서 작별 인사를 하러 온 저에게 마지막 히든카드를 건네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말…. 정말 마지막으로 성경 공부를 해보고, 그래도 아니면 떠나자.” 그런 마음으로 성경 공부를 시작했고, 그렇게 하느님과의 새로운 여정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양주호 베드로 | 배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