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선생님에게는 ‘교사의 기도’라는 기도문이 있습니다. 본당에서 매주 교사 회합 시간이나 캠프, 피정 같은 큰 행사를 마치고 선생님들끼리 함께 드리는 기도문이고, 교구 교육이나 연수의 파견 미사에서도 늘 마침 성가로 이 기도를 노래합니다. 신기하게도 이 기도를 선생님들과 함께 바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기도문 가운데 마음에 들지 않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주여, 마지막으로 제가 받을 최대의 보상은 여기에서가 아니라 저 세상에서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소서.”라는 구절이었습니다. 매주일 빠지지 않고 성당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며, 인생에서 가장 황금 같은 젊은 시절을 교회와 하느님을 위해 내어놓은 교사들인데, 왜 우리는 이 세상에서는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보상을 받게 해 달라고 기도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성당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사회의 다른 청년들은 그 시간동안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고 은연 중에 생각하여 억울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사회생활을 시작해 보니,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경험했던 많은 것들이 어느 순간 제 안에 든든하게 쌓여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주 치열하게 동료 선생님들과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회의했던 일, 교사회 회계를 맡아 주일학교 예산을 관리했던 경험, 캠프 홍보를 위해 고민했던 다양한 시도들, 여러 캠프장을 직접 답사하고 비교하며 더 좋은 장소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들, 많은 친구들 앞에서 교리와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시간들, 신부님이나 사목회에 주일학교의 주요 논의 사항을 보고드렸던 일들까지. 교사 생활을 통해 경험한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두 사회생활 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제야 왜 ‘교사의 기도’를 통해 이 세상에서의 보상이 아니라 저 세상에서의 은총을 위해 기도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일학교 교사단은 내가 얻고자 하는 것들을 먼저 생각하며 학교나 사회에서의 동아리 활동이나 스펙을 쌓기 위한 체험 활동을 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교사 생활이 온전히 나의 시간과 마음을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 또 하느님을 위해 내어 놓는 봉사가 되었을 때, 하느님께서는 제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이미 채워주시기 때문에, 굳이 이 세상의 보상들에 대해 기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본당의 많은 선생님들, 또 지금은 교사로 활동하고 있지는 않지만 청소년들을 위해 교사회에 몸담았던 많은 분들이 교사의 기도 마지막 구절을 늘 마음에 품고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땅 위에서 당신을 빛낸 공로로 내가 가르친 학생들과 함께 저는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리라는 것을 알게 해주소서. 아멘.”
백근재 도미니코 사비오 |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중고등부 교육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