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방탈의 동화 《사랑하는 테오에게》의 주인공인 아홉 살 레아는 프랑스에 사는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아이입니다. 레아의 부모님은 레아가 아주 어릴 때 이혼하셨는데, 레아는 엄마랑 살면서 주말에는 아빠와 시간을 보냅니다. 부모님의 이혼이 레아에게는 그리 큰 충격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다행스러운 일이었지요. 서로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몇 년이나마 함께 살 수 있었던 것이 오히려 신기하다고 레아는 생각합니다.
엄마와 이혼 후 짧은 연애만 하던 아빠가 드디어 정착한 사람이 바로 테오였습니다. 그리스인 테오는 첫인상부터 강렬했습니다. 아빠의 예전 여자 친구들처럼 레아에게 잘 보이려 애쓰지도 않았고 아무 때나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이상한 발음으로 프랑스어를 말하고 혼자만의 독특한 춤을 추는 테오가 레아는 왠지 좋았습니다. 테오가 들려주는 그리스 신화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어서 레아는 테오를 만나는 주말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습니다. 테오는 레아를 아꼈고, 레아는 테오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아는 마음 한구석에 무겁게 자리하고 있던 고민을 엄마에게 털어놓습니다. 혹시 테오와 잘 지내는 것 때문에 엄마가 서운해하거나 질투하는 건 아닌가 하고요. 엄마는 잠시 생각하고는 차분히 말했습니다. “레아야,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네가 테오를 좋아한다고 해서 엄마에 대한 사랑이 줄어드는 건 아니잖니? 엄마는 네가 테오와 잘 지내서 참 좋단다. 네가 테오 때문에 우울해한다거나 테오가 너한테 못되게 굴면, 엄마는 참기 힘들 거야.”(42쪽) 엄마의 이 말은 레아의 죄책감을 없애주고 자유로운 사랑의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곤 합니다. 한 사람을 이만큼 사랑하면 그 크기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소홀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애인이 생겼다고 친구들과 거리를 두거나, 단짝 친구가 생기자마자 이전에 어울리던 다른 친구들과 멀어지는 경우가 있지요. 갑자기 남겨진 사람이 되는 입장에서 당혹감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한편,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큰 사랑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호소를 통해 반려견을 입양하고 극진히 사랑하게 되면서 그 사랑이 세상 모든 동물의 복지와 안녕에 힘쓰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자녀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전쟁 중에 고통받는 모든 어린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으로 이어져 적극적인 반전 활동가가 되기도 하지요. 사랑은 참 놀랍습니다. 무한히 확장할 수 있는 사랑의 가능성을 믿고, 한계 없는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여주 아녜스 |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