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문이 열릴까?’ 아나운서를 꿈꾸기 시작했을 때 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습니다. 단순히 등용문이 좁아서가 아니라, 채용 시점에 방송사가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이벤트가 있는지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여러 변수가 함께 맞물려 채용의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열심히 준비해야 하지만, 준비가 완벽하다고 해서 반드시 아나운서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좁은 문을 통과한 선배들은 제게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그 고민을 일찍 시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부터 원서를 쓰면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자고 생각했고, 졸업 때까지 6~7가지 방송 현장을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여러 현장을 경험하다 보니, 제가 생각보다 더 좌충우돌하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행사 원고 마지막 장을 잃어버려 황급히 방송을 끝내버리거나, 대타 방송 시간을 잘못 알아 펑크를 낼 뻔하거나, 방송 진행이 어색해 선배한테 불려 가 혼이 나는 등 지금 돌이켜보면 피식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지만, 당시에는 ‘난 왜 이렇게 부족할까?’라는 생각에 힘들고 괴로웠습니다.
시절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엄혹한 시기, 여러 방송사에서 파업이 이어졌고, 채용의 문도 더욱 좁아졌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저는 공식적인 백수가 되었습니다. 괴로움도 절정에 달했습니다. 도서관에 앉아 답이 나오지 않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가, 문득 도서관 옆 성당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가건물이던 성당 안으로 들어가 물었습니다. “주님, 저는 이토록 부족한 사람인데, 저에게도 좁은 문이 열릴까요?” 그때 누군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성당 사무실 직원이었습니다. 예비자 교리가 얼마 전 개설됐으니 관심 있으면 들어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신앙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저를 다시 일어서게 한 건 성서의 이 대목이었습니다. 밤새 애썼지만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시몬에게 예수님은 다시 그물을 던져보라고 이르십니다. 시몬은 이미 수차례 실패의 경험이 있었지만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던졌고,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됩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아무 성과 없던 일이, 예수님과 함께 하니 180도 다른 결과가 나왔던 겁니다. 저도 그렇게 주님께 의탁했고 오래 닫혀 있던 문이 제게 열렸습니다.
이후 시몬 베드로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던 것처럼, 저도 제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의 길을 따랐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큼은 늘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든 것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 해낸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하는 일이 주님 보시기에 어떨지 늘 고민하려고 합니다. 뉴스를 전달하는 통로로서, 또 주님의 공복(公僕)으로서 그분이 함께하심을 늘 잊지 않고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이수진 유스티나 | JTBC 뉴스룸 앵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