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세례를 받은 것이 2018년이니, 신앙에 있어서는 그 발걸음이 아직 어린아이의 처지입니다. 제가 성당의 문을 밀고 들어갈 수 있었던 계기는, 개의 죽음입니다.
어느 집에나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듯 저희 가정에도 불행이 닥치던 때가 있었습니다. 사업 실패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은 것입니다. 부모님이 키우던 개 혜피는 그전에도 아버지를 잘 따랐지만 투병 동안에도 틀림없이 좋은 벗이었던 것 같습니다. 베개 끄트머리에 함께 누워 자는가 싶더니 한참 지나서 보면 아버지의 머리는 맨바닥에 있고 베개는 개의 침대가 되곤 하는 식이었지만, 그런 장면은 아버지의 캄캄하고 고독한 침상을 내내 홀로이지만은 않도록 지키는 이가 혜피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너무 이르게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혜피를 제게 맡기셨습니다. 당시에는 아비를 잃은 제 슬픔에 겨워 배우자를 잃고 개를 건사할 기운조차 없었을 어머니의 슬픔을 가늠할 겨를은 없었지만, 저는 어머니가 건네는 개를 되도록 힘껏 껴안았습니다.
혜피가 열 살 되던 해 그렇게 저는 그의 주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무너진 가계를 돕는 동시에 제 생계를 꾸리며 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만만치는 않아서 저는 휘청였습니다. 우울증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었고요. 그동안에 제가 혜피를 제대로 돌본 것이 맞을지, 그건 고스란히 죄책감으로 남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개는 스무 살이 넘었고 제가 겨우 우울의 검은 외투를 벗어 던졌을 때 나의 개는 자신의 시간으로는 너무도 길게 버티었기에 그만 이별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혜피가 떠나자 집은 제게 지옥이 되었습니다. 흔히들 사랑하던 이와 이별하면 그곳에 다시 가기 어렵다지만, 이 경우는 집이니 당장에 집을 헌 옷 내던지듯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제 발걸음은 무슨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성당 건물을 빙빙 돌곤 했습니다. 저는 기도하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다 하느님의 부름이실까요? 때마침 성당에는 신입 성도를 모집하는 펼침막이 붙어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저는 서성이던 성당의 문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종교는 삶을 초월하는 것이면서도 삶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이기도 할 테니, 제가 개의 안녕을 기도하는 것을 불경하다고 여기시지 않기를, 그런 이해를 바랍니다. 나의 하얀 개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뛰놀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주님 앞에서 개와 사람이 달리 놓여있지 않다고, 종(種)의 차이란 그저 생물학의 분류일 뿐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나의 늙은 개는 저를 하느님의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느님의 자녀가 된 것입니다.
황유지 사라 |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