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께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길 빕니다. 이번 주 주일인 8월 3일은 신기하게도 저의 생일입니다. 30여 년 전 무더웠던 여름날, 만삭이었던 어머니는 가족과 함께 계곡으로 휴가를 떠나셨습니다. 무리하셨는지 그날 양수가 터졌고, 휴가철이라 응급실에 수술해 줄 수 있는 의사가 없어 저는 어머니와 생사를 오가며 꼬박 하루를 버틴 후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들을 간절히 바랐던 저희 집안에서는 딸인 저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병실에 있는 어머니께 상처 되는 모진 말씀을 하셨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다른 많은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자신의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딸인 저에게 들려주셨고, 저는 어려서부터 은연중에 ‘나는 환영받지 못한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언니와는 다르게 가족에게 애정을 갈구하였고, 관심받기를 원했으며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로 자라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5학년 때, 저희 반에 전학 온 친구가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아주 예쁘고 차분하며 천사같이 착한, 이름마저 ‘성스런’이었던 그 아이는 모태신앙이었고 저는 그 친구를 따라 성당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신비롭게 보이는 ‘스런이’가 좋아서 다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어머니도 친구분의 전교로 같은 성당에서 교리를 받으셨고, 언니 또한 친구의 인도로 성당에 나가게 되어 결국 우리 집에서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여자가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첫걸음이 없었다면, 하느님을 알게 된 지금의 저도, 제 뱃속의 ‘축복이’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성당으로 이끌어 준 자매님들과 초대해 주신 주님께 참으로 감사드리게 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지금 저는 아이를 잉태하고 있습니다. 정말 희한하게도 뱃속 아이가 딸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제가 아들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찰해 보니, 어렸을 때의 상처가 무의식적으로 남아 아들이 더 귀하다고 여기고 있었고, 제 생일을 케이크 없이 울며 끝낸 기억들과 함께 8월 예정인 이 아이가 내키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이 소중한 아이를 통해 저의 과거 속 깊은 상처의 뿌리를 다시금 보게 하셨고, 그로 인해 제가 알게 모르게 걸려 넘어졌던 과거들을 치유해 주고자 하셨던 것 같습니다. 늘 함께하시며 잘 이겨내게 이끌어주셨던 기억들과 많은 선입견을 품게 했던 경험을 재정립하여 과거에서 벗어나 함께 나아가자 하시는 듯합니다.
‘축복이’를 키우며 저를 사랑하는 부모님의 사랑도 새롭게 깨닫게 해 주시고 하느님의 사랑도 더 느끼게 되리라 믿습니다. 과거의 상처로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형제자매님들이 주님의 끝없는 사랑을 깨닫고 치유되길 기도합니다.
유하선 로사 | 청년꾸르실료 체험 및 봉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