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글 작가가 쓰고 그린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의 첫 장면은 미술 학원에 처음 와서 수줍게 서 있는 남자아이와 그 아이를 다른 아이들에게 소개해 주는 선생님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누가 새로 왔건 말건 상관없다는 듯 자기 그림에만 열중해 있는 아이들 사이에 유독 눈을 크게 뜨고 새로 온 남자아이를 쳐다보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여자아이는 남자아이 주변을 자꾸만 맴돕니다. 왜 자꾸 자기를 따라다니냐고 묻는 남자아이에게 여자아이는 나는 그저 강아지를 좋아해서 너희 집 강아지와 노는 거라고 말합니다. “그럼 너도 강아지 키우겠네?”, “이름이 뭐야?”라는 남자아이의 질문에 여자아이는 잠시 당황하다가 옆에 있는 콜라 캔을 발견합니다. “코올라?” 그렇게 여자아이는 갑자기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 되고, 그 강아지의 이름은 콜라가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콜라를 보러 가기로 합니다.
여자아이는 콜라가 공을 뻥 차면 나무 위에도 올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거짓말!”이라고 남자아이가 외치면 “거짓말 아냐!”라고 여자아이가 되받아칩니다. 여자아이의 말 속에서 콜라는 몸집이 어마어마하게 크고, 꼬리가 엄청 길어서 매일 예쁜 고무줄 여러 개로 묶고 다니고, 한 번 짖으면 현관문이 활짝 열릴 정도로 목소리도 큰, 슈퍼파워를 지닌 동물이 됩니다. 여자아이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의심하면서도 이상하게 남자아이는 계속 여자아이를 따라가게 됩니다. 드디어 도착하여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 순간, 여자아이는 덥석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가장 아끼는 머리핀을 얹어 줍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닌, 진짜 진짜 하고 싶었던 한 마디를 남기고 도망가 버립니다. 남자아이는 귀가 빨개집니다.
진심을 전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널 좋아한다고, 많이 보고 싶었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그 한마디가 어려워 빙빙 돌아갈 때가 많습니다.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까 봐 초조하고, 우리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더 이상해질 바에야 그냥 지금 이대로 있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상대의 마음이 나의 마음과 늘 같을 수는 없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은 오롯이 그 사람의 몫이니까요. 다행스러운 것은 나의 마음은 나의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설령 상대가 나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거나, 나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 사실을 수용할 힘이 내 안에 있으면 괜찮습니다. 그리고 또 모르지요. 《진짜 진짜 거짓말 아니야!》의 두 주인공처럼 서로의 마음이 통해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을지도요. 용기를 내었을 때 두 사람의 이야기는 조금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망설이고 있는 말이 있다면 한 번 용기를 내 보세요! 두 사람 이야기의 새로운 장이 시작될 것입니다.
임여주 아녜스 |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