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향하시던 중, 예루살렘 근교 베타니아에 거주하던 마르타의 집을 방문하시는 장면을 전하고 있습니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마르타와 마리아, 그리고 그들의 오라버니 라자로는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사랑하는 친구들의 집을 방문하셨고, 마르타는 벗이신 예수님을 정성껏 환대하여 시중드느라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창세기 18장에서도 아브라함은 자신의 천막을 방문한 세 사람 가운데 그를 하란 땅에서 불러내신 하느님께서 계심을 알아보고, 서둘러 그분들을 환대하고자 서두릅니다. 흙먼지로 더럽혀지고 지친 발을 씻을 물을 준비하고, 가장 좋은 밀가루로 빵을 굽고, 또 좋은 송아지를 잡아 요리하여 대접했습니다. 게다가 손님들이 식사하는 동안 가장이었던 아브라함이 직접 시중을 들었다고 성경은 전합니다. 이렇듯 하느님 혹은 예수님의 방문을 받은 이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 중 가장 좋은 것을 내어놓고, 또 직접 시중을 드는 등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하느님을 모시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건강이 악화되기 전, 로마 근교에 있는 저희 수도회 피정센터에서 영신수련을 하시곤 하셨습니다. 그럴 때면 수도회 총장 신부님을 비롯한 여러 형제들이 정성껏 차려입고 미리 도착해 교황님을 맞이했고, 피정센터 원장 신부님도 부족한 점이 없는지 두루 살피며 교황님을 잘 모시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 나오는 마르타는 예수님을 잘 모시려는 마음이 지나쳐 걱정으로 가득 찼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만 하던 동생 마리아에게도 감정이 상해, 예수님과 마리아 모두에게 언짢아하는 장면이 묘사됩니다. 아마도 마르타는 예수님을 잘 모시기 위해 노력하다가 그분께서 방문하신 진정한 이유를 놓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곧 예수님께서는 당신 친히 말씀하셨듯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마르 10,45) 오신 분이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잘 맞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분께서 왜 우리를 찾아오셨는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예수님의 육화와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은 예수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과 앞으로 예수님을 믿게 될 모든 사람을 위한 것, 곧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이 구원의 수혜자가 되려면 우리 내면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처럼 예수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우리 발의 등불이며, 그분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이 좋은 몫을 선택하고, 그것을 잃지 않도록 기도합시다.
강병완 브루노 신부 | 성바오로수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