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좋은 선물은 ‘생명’이라는 말에 동의하십니까? 우리의 삶은 그 시작부터 우리 선택의 결과물이 아니었던 것처럼, 마지막 순간까지도 주어지는 시간과 상황 속에서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물론 선하고 의로운 길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우리의 몫이 있습니다. 희로애락이 담긴 현세의 삶은 영원한 생명이 정말 가장 큰 은총의 선물인지 발견하고 깨닫는 과정입니다.
어떤 율법 교사가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받을 수 있습니까?”라고 질문했을 때, 예수님께서는 그가 스스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을 답으로 대답하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로 잘 알려진 오늘의 복음 말씀은 누가 사랑을 실천해야 할 이웃인지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입니다.
유다인으로 추정되는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나 죽을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를 발견한 세 사람 중 동족인 사제와 레위인은 반대쪽 길로 지나가 버렸지만, 유다인들에게 멸시받던 한 사마리아인은 그에게 넘치도록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비유에 등장한 사마리아인은 강도를 당한 사람을 ‘이웃’으로 여겼습니다. 그는 민족 간의 정서상 너무 먼 사이였고, 상황을 외면한 채 자신의 길을 갔더라도 책임질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도와준 후에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지 고민하지도 않은 듯합니다. 그저 위험에 처해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이 있었을 뿐이고, 그는 주저 없이 행동으로 이웃을 돌보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은 형제자매요 이웃입니다.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기 힘든 누군가의 삶 또한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된 것이기에 귀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의심도, 이해관계에 대한 계산도 없이 죽어 가는 사람을 돌본 착한 사마리아인은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이웃 사랑의 좋은 모범입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두고 경쟁해야 하고, 사람의 호의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현실 속에서 ‘착함’은 불필요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랑의 실천은 분명 착한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착함은 무분별한 것이 아니라 주님의 선함과 지혜로움을 닮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시며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사마리아인의 착한 마음과 사랑의 행동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나와 이웃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은 영원한 생명에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이어질 겁니다. 살아 있음이 축복이라면 영원히 살아 있음은 얼마나 더 큰 축복이겠습니까?
김영훈 베드로 신부 | 일원동성당 부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