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기 위해 “다음 주에 어디로 놀러가면 좋을까?”하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 아이가 “전쟁기념관에 가면 좋겠어요.”라며 신나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으니, “아빠와 갔던 기억이 너무 좋아서요.”라고 말하며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듯, 그 아이 아빠의 얼굴에도 미소가 있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아이가 느낀 행복은 그 아이만의 것이 아닌 가족 모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하는 행복함의 체험은 우리 가슴속에 추억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 추억은 기억속에 남아 먼 훗날 아이가 부모가 되었을 때, 아이로 하여금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가정에서 살았는지 떠올리며 되새기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되새김은 성가정을 이루는 아주 소중한 기반이 됩니다.
물론, 여행을 하면서 서로 다투기도 하고 계획대로 되지 않아 짜증이 날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다투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계획을 변경하는 융통성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여행에서 ‘새로움’이라는 가치를 얻게 되겠지요.
그러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여행을 떠나세요. 여행은 우리의 시선을, 우리의 사고를, 우리의 행동을 ‘새로움’으로 변화시켜 줄 기회가 될테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를 성장시켜 줄 것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여행이 심리적·정서적 상태를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만드는 다양한 형태의 체험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여행은 신체적·정신적 안정감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치유의 과정을 통해 자아실현을 가능하게 합니다. 여행은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정신적 안정과 심리적 치유를 가능케 합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아니 반나절만이라도 아이들 손을 잡고 공원으로, 산으로, 강으로 나들이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소리가 우리 가정에 행복감을 가져다 줄 겁니다. 때로는 삶에 지친 우리 모두에게 ‘새로움’이라는 환경을 통해서 활력을 불어넣어 줄 거고요. 이런 작은 삶의 실천이 우리 가정에 다시금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부와 성자, 그리고 성령께서 서로를 사랑하시어 이루신 친교가 우리 가정 안에 흘러넘쳐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나아가 가족들의 얼굴에 미소와 행복감이 번져갈 때, 우리는 삼위일체의 하느님께서 우리 가정에 찾아오셨음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사랑의 친교를 이루시는 분이시며 우리 가족을 일치로 이끄시는 자애로운 분이십니다.
최남식 베드로 신부 | 살레시오회(살레시오청소년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