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북한을 벗어나 우리 사회에 정착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북향민)을 만나보신 적 있나요? 또 ‘북한이탈주민’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북향민으로,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북향민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을 잘 만난 덕분에 부유한 가정에서 성장했고, 어릴 때 접한 중국에 대한 궁금증으로, 중국 여행을 가는 것처럼 하여 브로커를 따라 북한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2002년 가을, 살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두려움에 떨며 대한민국 땅을 밟은 지 벌써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북한이탈주민이 대한민국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교육을 받는 ‘하나원’에서 처음으로 다양한 종교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신앙의 뿌리가 없던 제가 선택한 종교는 천주교였습니다. 하나원 수료 후 그곳 천주교 모임에서 만났던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담당 신부님께서 같이 일하자고 제안해 주셔서 이 일을 시작했고, 그 이끄심으로 지금도 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로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심정으로 열심히 봉사했지만,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편견의 시선을 보내는 분들로 인해 자녀가 흘리는 눈물을 닦아줘야 했고,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시선이 너무 힘들고 아픔이 너무 커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습니다. 남들과 다른 곳에서 태어나 20대 후반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 다름을 틀리게 보는 곱지 않은 시선, 처음 경험하는 왕따, 다른 환경, 다른 문화 등등을 극복하고 알아가야 하는 것들을 비롯하여, 혼자 해내야 하는 일들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런 순간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이었고 그 기도에 응답하듯이 주님께서는 은인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분들을 통해 살아갈 용기를 주셨으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적을 보여주셨습니다. “나는 주님의 눈에 소중하게 여겨졌고 나의 하느님께서 나의 힘이 되어주셨다.”(이사 49,5)라는 말씀처럼 힘없고 나약하고 믿음도 부족한 저에게 하느님은 세상에 유일하고도 든든한 버팀목이셨으며 성모님은 따뜻한 어머니셨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환난은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로마 5,3-5)라고 하셨듯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인내하며 기도하는 과정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바라는 것보다 더 큰 것을 주시는 분이심을 삶으로 깊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하느님의 사랑을 믿기에, 힘들어도 웃을 수 있고 누가 뭐라고 해도 미워하기보다는 이해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주님,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청하는 저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저를 평화의 도구로써 주소서!”
강성미(가명) 프란체스카 | 민족화해위원회 북향민 지원 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