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성소(聖召) 주일’입니다. 지난 1964년 부활 제3주일에 처음으로 성소 주일을 지낸 이래로, 가톨릭교회는 세계 곳곳에서 매년 부활 제4주일마다 하느님께 특별히 봉헌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이 착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날은 많은 신학교와 수도원들이 신자들에게 공동체를 개방하거나 홍보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행사에 매달리다 보면, 우리가 왜 성소 주일을 지내는지 본래의 의미를 잊을 수 있습니다. 곧 성소란 인간이 만들어 내거나 얻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이자 은총이므로, 가정을 비롯하여 본당·수도회·신학교 등 교회 공동체의 꾸준한 기도와 협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성소자들이 더욱 깊이 하느님 계획에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요한 10,27)라고 말씀하십니다. 달리 말씀드리면, 예수님을 믿지 않는 이들은 예수님께서 하신 일이나 말씀을 보거나 듣고서도, 그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요한 10,30)라는 말씀으로 하느님과 친밀한 일치 관계를 강조하십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늘 함께 계시면서 그분의 뜻과 지시에 따라 행동하신다는 내용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직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뜻을 행하시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고, 또 하느님의 일만을 수행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본 그대로 반복하십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가르침도 하느님의 가르침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그러하셨듯이, 우리도 예수님과 일치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곧 미사 때 나에게 오시는 성체를 통해 그분께서 내 안에 사시고, 또 내가 그분 안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요한 15,4)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미사 때마다 실현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단지 성체를 모시는 그 순간에만 그러한지, 아니면 일상생활 안에서도 그 일치가 유지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우리가 살아가면서 예수님께서 하셨던 일을 그대로 본받고자 노력할수록 예수님과 일치는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치를 도모하는 삶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근본적인 모습이라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 각자의 삶의 의미와 목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전두병 요아킴 신부 | 여의도성모병원 행정부원장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