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 재의 수요일과 함께 시작된 사순 시기는 어느덧 제2주일에 다다랐습니다. 이 사순 시기 동안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예수님의 이미지는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셔서 몹시 지치셨거나,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아버지께 기도하시고, 고뇌에 가득 찬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사순 제2주일인 오늘 루카 복음사가가 들려주는 본문 속 예수님은 수난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는, 영광스럽게 변모된 모습입니다. 언뜻 보기에 수난과 영광은 서로 잘 어울리지는 않는 듯합니다.
사실 오늘 복음인 루카복음 9장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시작하신 갈릴래아 전교 활동을 전하는 4장부터 9장까지의 여정을 마무리 짓는 부분이며, 특히 9,51은 새로운 국면, 즉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러한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의 시작은 예수님의 공생활에서 전환점이 되며, 예수님께서 성부 하느님께 파견 받으시어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을 완성하려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향하고 있고 거룩한 도시라고도 불리는 예루살렘은 이미 구약시대부터 하느님께서 거하시는 곳으로 여겨졌으며, 루카복음에서는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부활의 장소가 될, 하느님의 아드님이 지상에서 하신 여행의 최종적인 목적지로 나타납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변모를 서술하면서 그분의 달라진 얼굴과 하얗게 빛나는 의복이 상징하는 영광스러운 모습만을 언급하지 않고, 그분께서 구약을 대표하는 모세와 엘리야와 나누신 이야기도 함께 전합니다. 이는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과 “곧 세상을 떠나실 일”로, ‘떠나실 일’은 이 문맥 안에서 ‘죽음, 부활, 그리고 승천이라는 예수님의 모습’을 묘사하고, ‘이루실 일’은 예수님에 관하여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율법에 기록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하는 ‘예언의 성취’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화는 영광만이 아닌 그분께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예루살렘에서 이루셔야만 했던 일에 대한 예고를 이미 포함하고 있고,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영광이 사람들에게 거절과 수난을 당하시고 부활하신 후에야 비로소 이루어짐을 말해 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전망 안에서 오늘 복음의 변모 사건은 예수님의 수난과 영광을 앞당겨 보여주며 앞으로 맞이하게 될 기쁨과 희망의 시기인 부활을 준비시켜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수난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영광을 위한 준비의 시간임을 잊지 않고 우리의 신앙생활도 희망으로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강병완 브루노 신부 | 성바오로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