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던 저는 지난 10월 믿기 힘들 만큼 감사한 체험을 했습니다. 바티칸에서 한 달간 열린 제16차 2회기 세계주교시노드에 영상 제작 봉사자로 참여하는 체험이었습니다. 밀도 높은 신앙 체험이었던 만큼 그 의미를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중이지만, 그 와중에도 분명하게 느끼고 깨달은 것이 있어 이를 나누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깨달은 것은 하느님께서 보여주시는 ‘아름다움’입니다. 바티칸에서 10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했던 생각 중 하나는 ‘아름답다.’였습니다. 비단 성당과 성화만을 두고 느낀 바는 아니었습니다.(물론 이들도 너무나 아름다웠지만요.) 제게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은, 바오로 6세 알현실에 마련된 회의장에서 시노드 대의원들이 성령님께 그리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대화하는 모습, 순교자 광장에서 교황님과 시노드 참가자들이 함께 교회 일치를 위해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던 모습, 한 달간 함께 일하던 시노드 사무국 커뮤니케이션 팀 동료들이 마지막 날 눈물로 이별하며 서로를 위한 기도를 약속하던 모습 등이었습니다. 이 모든 모습 속에서 하느님께서는 ‘아름다움’으로 당신을 드러내 보여주셨습니다.
두 번째로 제가 깊이 느낀 것은 모든 곳에서 누구나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보편성이었습니다. 제가 한 달간 머물던 곳은 바티칸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신학교내 기숙사였습니다. 그곳에 함께 머물던 대의원과 봉사자 30여 명은 회의가 끝난 후 매일 저녁이면 삼삼오오 둘러앉아 각자 하루는 어땠는지, 신앙의 여정은 어땠는지, 자신이 속한 교회 공동체가 마주하고 있는 과제들은 무엇인지 등을 나누곤 했습니다. 그 대화 속에서 하느님께서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가장 좋았던 순간이 언제인지 자문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의외의 대답이 떠올랐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이 내려다보이는 숙소 주변의 풍경, 로마 곳곳의 성지순례 등 그 놀라운 순간들에도 불구하고, 제게 떠오른 것은 하느님께서 전해주시는 사랑을 생생히 느끼며 머무른 기도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그 사랑의 체험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서울의 제 방안에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바티칸에서 저와 함께 계셨던 하느님은 지금, 이곳에서도 함께해주고 계신다는 확신이 듭니다.
시노드 기간 중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님의 말씀이 담긴 영상을 우리 교구 SNS 채널에 올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대주교님께서는 “하느님을 향해 함께 걷는 길, 시노드 여정을 모두 함께 살아가자.”고 초대해 주셨습니다. 힘주어 말씀하시던 대주교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교황님께서도, 그리고 전 세계 보편 교회의 마음이 담긴 세계주교시노드의 최종문서도 같은 목소리로 저를 초대합니다. 함께하는 여정, 시노드의 삶을 앞으로도 힘차게, 기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정태영 베드로 | 시노드 커뮤니케이션팀 봉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