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를 시작한 지 꽤 여러 날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술에 대한 갈망이 생깁니다. 참기가 힘들고, 때때로 나도 모르게 그 유혹에 넘어가서 모든 걸 망쳐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저만 계속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걸까요?”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온전히 술에서 벗어난 삶, 고요한 일상을 보내는 게 가능할지, 그 시기가 언제쯤 오는 것인지, 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인지 통 알 수 없다는 질문과 함께 말입니다.
저 역시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 일찍 자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상 시간이 앞당겨졌습니다. 그렇게 생긴 여유를 활용해 새벽 산책이나 할까 하면서 운동화를 챙겨 신고 밖으로 나왔던 것이 매일의 달리기로 이어졌습니다. 스마트 워치로 기록도 측정해 보고 조금씩 구간을 늘려가는 재미도 느꼈지만, 여전히 아침마다 ‘오늘은 뛰지 말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그래도 해보자’ 하고 마음을 먹고 달리기를 시작하면 금방 숨이 가빠오고, 어제의 절반, 아니 반의반도 못 달릴 것 같다는 불안이 앞섭니다. ‘아직은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니까 그런 거겠지.’ 하고 마음을 달래곤 했지만, 만 삼 년째 계속 운동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달리기는 두렵습니다. 그러다 문득 달리기와 중독 치료는 꽤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온전히 내 선택으로 시작된다는 것,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등입니다.
수년간 단주를 유지하시는 분들은 말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여전히 두렵고 간간이 술을 마시고 싶은 유혹이 든다고.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잘 이겨내고 충실히 하루를 살아냈을 때의 성취감 또한 경험했기에 기꺼이 하루를 시작한다고 말이죠. 저 또한 그렇습니다. 여전히 두렵지만 다 마치고 난 후의 기쁨을 알기에 오늘의 첫발을 내딛습니다.
“그 인내가 완전한 효력을 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면 모든 면에서 모자람 없이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야고 1,4)
유난히 덥고 길었던 여름이 끝나고 불어오는 선선하고 깨끗한 가을바람이 너무 고맙게 여겨지는 요즈음입니다. 시련은 두렵지만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맞이할 동력을 얻을 수 있음을 되새깁니다. 그렇기에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된다고 제 자신을 독려해 봅니다. 오늘 하루 묵묵히 자신만의 달리기를 하는 많은 분들을 응원합니다.
박우리 안젤라 | 한국중독연구재단 카프성모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