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사가 뭐죠?
전대사(全大赦)는 대사의 한 종류입니다. 용서, 관대함 등을 뜻하는 원래 라틴어 단어를 번역한 말인데, 말 그대로 ‘크게 용서 받는다’는 뜻입니다. 자세히 설명을 드리려고 하니 예전에 이런 글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부모님께서 잘못을 하고 온 아이에게 회초리를 들던 날 밤, 종아리를 맞았던 그 글쓴이는 아픔으로 아직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늦은 밤, 방문이 살그머니 열리더니 어머님께서 아이가 이젠 잠들었을 거라 생각하신 모양인지 조용히 들어오시더랍니다. 잠자는 척하고 있었으나, 어머니께서 끅끅 눌러 담은 소리로 눈물을 흘리며 회초리 자국이 선명한 종아리에 약을 정성껏 바르시는 손길을 글쓴이는 충격적으로 느껴야 했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되었다는 글이었습니다.
훈육의 개념이 많이 달라진 요즘이지만, 회초리를 드는 부모의 마음이 다 같지 않을까요? 아이의 잘못을 마음에 새기고 칼을 가는(!) 부모는 아무도 없겠지만, 아이가 다시는 같은 잘못을 하지 않길 바라는 무거운 마음으로 회초리를 드는 것일 테죠. 죄는 기꺼이 용서하지만, 사랑이 있기 때문에 내릴 수밖에 없는 잠깐의 벌. 우리 교회는 그것을 잠벌(暫罰)이라고 부릅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죄 자체는 용서받더라도 잠벌은 남기에 우리는 사랑하는 부모님께 회초리를 맞는 마음으로 ‘보속’을 정성껏 하며, 지은 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절감하고 다시는 죄짓지 않기를 다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잠벌과 관련하여 교회 역사 안에서 ‘대사’라는 개념이 생겨납니다. 초대교회는 서로 죄짓지 않길 독려하는 차원에서 죄지은 교우에게 매우 엄격하게 대응했습니다. 회초리를 세게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리하여 죄지은 형제를 잠시 공동체에서 추방하고 교회의 공식 예절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요, 그 기간 중 다른 교우들은 그 형제를 위해 기도와 고행, 선행으로 그 형제가 용서받길 하느님께 청하며, 죄지은 형제의 보속에 동참했습니다. 특히, 보속을 다하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형제들을 위해 교우들이 대신 기도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렇게 교회 안에는 타인의 잠벌이 지나가길 청하며 기도해 주는 전통이 있었으니, 이것이 ‘대사’의 기원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우리의 죄와 벌을 위해 대신 희생되시고 기꺼이 우리를 위해 나서 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천상의 수많은 성인들과, 결정적으로 예수님이 그 주인공이십니다. 특히 예수님께서 당신의 희생 공로를 교회에 맡기셨기 때문에, 교회는 ‘대사’를 통해 교우들이 잠벌을 용서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연옥 영혼들을 위해서도, 초대교회의 전통과 예수님의 모범에 따라 ‘대사’의 은총을 양도해 줄 수 있습니다. 이때 잠벌의 일부가 경감되는 ‘부분 대사(한대사)’에 반해, 잠벌 전체를 용서받는 대사를 일컬어 ‘전면 대사(전대사)’라고 합니다. 단, 잠벌의 효과가 무의미하게 희석되지 않도록, 대사를 받기 위해서는 교회가 정한 절차에 따라 기도와 선행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전대사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사를 얻기 위해서는 ① 세례를 받은 사람으로 파문 상태가 아니어야 하며, ② 대죄 중에 있어서는 안되며 ③ 대사를 얻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⑴ 고해성사와 ⑵ 영성체를 하고 ⑶ 교황님의 지향에 따른 기도(매일미사에 수록된 교황님의 지향에 따라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바쳐도 되며, 그 외 다른 기도를 해도 됩니다.)를 바쳐야 하며, 그 외 그때그때 전대사의 은총이 선포될 때 제시되는 선행을 수행하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