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모두 평안하신가요? 이곳 대만도 코로나 팬데믹이 사그라들고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는 등 대체로 개방적인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성당에서는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미사를 드리는데요, 면역력이 약한 고령의 신자들이 비교적 많아서 마스크 해제에 대해 아직 신중한 상황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는 저도 습관이 되어 뭔가 허전한 기분에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사를 드린답니다.
여러분 모두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보셨을 겁니다. 또 선물을 받아보셨을 겁니다. 선물은 받는 사람도 물론 기쁘지만, 받는 이가 행복해할 때 주는 사람도 기쁘게 됩니다. 그리고 선물을 고를 때에는 그 안에 어떤 가치를 담아 준비하게 됩니다. 비싸든 안 비싸든 선물에는 정성과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 선물은 개인 대 개인으로 할 수 있지만, 교회 대 교회로도 할 수 있습니다. 개인대 개인의 선물이 물건이라면, 교회 대 교회 간의 선물은 물건이 아닌 신앙을 주고받습니다. 선물이 사람 간에 정을 쌓고 관계를 맺게 하듯, 교회의 선물은 신앙의 유대를 맺게 합니다.
교구 대 교구 간의 계약을 통해 선교 사제를 파견하는 것을 ‘피데이 도눔(Fidei Donum)’이라고 합니다. 번역하면 ‘신앙의 선물’이라는 뜻이지요. 사제가 부족한 교회에 다른 국가, 혹은 다른 교구에서 사제를 파견해 주는 것, 그래서 그곳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이것이 바로 ‘신앙의 선물’입니다.
여전히 많은 교회가 선교회 혹은 수도회를 통해서 외국인 선교 사제를 받고 있습니다. 교구 사제를 다른 곳으로 파견할 만큼 여유가 있는 교회는 드뭅니다. 그래서 저도 ‘피데이 도눔’으로 파견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께서 한국 교회, 특히 서울대교구에 큰 은총을 베풀어 주신 덕분임에 먼저 감사드리게 됩니다.
대만에서 첫 본당에 발령받아 신자들에게 처음 인사를 드릴 때, 저는 ‘피데이 도눔’을 통해서 온 서울대교구 신부라고 소개했습니다. 신앙의 유대로 서울에서 보내 준 선물이라고 소개했었습니다. 저 자신을 선물이라고 소개하다니, 지금 떠올려 보면 참으로 오글거리는 표현이었네요.
선물, 참 아름다운 단어입니다. 제 자신이 교회의 선물이라는 것, 특히 서울에서 신주 교구로 보내 준 선물이라는 것, 그래서 제가 이 대만 교회 공동체와 교회에 선물이 된다는 것, 그 말은 제 자신이 힘을 내게 하고 열정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자고로 선물이란 받는 이에게 필요한 것이어야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주는 쪽에서도 의미와 정성이 있어야 다른 이에게 선물하는 것이니까요. 제 자신이 선물일 때, 저는 보낸 쪽에서도 받는 쪽에서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 교회에 선물로서 가치와 의미가 있을 때, 양쪽 모두의 기쁨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모두 한 번씩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어본 적이 있었나? 내 존재가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고 있을까?’ 스스로 미처 깨닫지 못했을지라도 아마 여러분 모두가 누군가에게 선물이고, 존재만으로 누군가의 기쁨일 것입니다.
김재원 베드로 샤넬 신부 | 대만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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