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제가 배우가 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작품을 할 때면 그림을 그리던 이전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연기를 배우거나 전공하지 않은 저로서는 더욱이 그 과정들이 쉽지 않았지만, 연기도 그림 그리는 것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림이 빈 캔버스에 저를 담는 일이라면, 연기는 제가 삶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는지, 그래서 맡은 인물에게 어떻게 다가서서 담아낼지, 그만의 색을 찾아 카메라 앞에 서서 사람들과 함께 그려나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로서 신앙을 갖는 것은 제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해줍니다. 여러 가지 감정들을 계속해서 꺼내어 쓰고, 내면으로 깊이 빠지다 보면 제 안의 균형이 자칫 순식간에 무너질 것만 같은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기도와 특히 주일 미사는 호흡을 정리하고 다시금 튼튼한 걸음으로 세상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정리의 시간을 마련해 줍니다. 또한 여러 모습의 삶과 제 안을 내밀히 들여다보며 연기하는 일은, 그 삶들에 진실하게 다가서고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한 기도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해야 하는 일을 만났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 일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부딪히는 그 과정을 마음 깊은 곳에서 즐기고 있는 저를 만나게 됩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에게 연기라는 언어로 대화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기를 희망하고, 또한 제 부족함을 안고도 작품 안에서 더 빛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는 감독님, 실장님, 스태프분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그 길에 저를 불러주시고 탈렌트를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제 또래의 많은 친구들이 꿈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봅니다. 아직 꿈을 찾지 못했다는 친구들도 있고, 지금까지 해온 일이 아닌 다른 진로로 가는 것이 무모하고 위험할까 주저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두려움, 막막함, 권태로움. 그 사이 어딘가에 떠 있는 그네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것도 우리들, 특히 청춘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한명 한명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소명을 안겨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사람마다 어떠한 소명이 있다면,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탈렌트는 무엇인지,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온몸이 반응하고 즐거운지, 스스로에게 더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과감히 결정하고, 아낌없이 경험하는 용기를 내시기를 바랍니다.
“아델라, 지혜는 기도 속에서만 생겨난단다.”
존경하는 신부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매일 아침 기도 때마다 다시금 마음에 새깁니다.
여러분의 항해는 어떠신가요? 무한히 넓고 끝없이 깊은 바다 위의 이 여정이 두렵거나 막막할 때에도, 한없이 다정하고 편안할 때에도 서로의 작은 돛단배들을 아끼며 이 여정에 기꺼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송희준 아델라 |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