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에 지원하려는 예비신학생들을 면담하다 보면 성소 동기가 참 다양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처음 복사를 설 때 성체를 들어 올리시던 신부님의 모습이 멋있어서, 주일학교 교사를 하며 만났던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예수님을 발견해서, 심지어 어릴 적 외국인 신부님이 주셨던 카스테라가 계속 먹고 싶어서 신학교에 갔다는 선배 신부님의 일화도 있습니다. 부르심에 응답하는 모습도 각기 다릅니다. 우정의 무대에 나와 “뒤에 계신 분은 우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라고 외치던 군인처럼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것이 확실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고3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이 부르심이 성소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확인해 보고 싶어서 예비신학생 모임에 나왔다고 말하는 조심스러운 청년도 있습니다.
부르심을 너무 확신해서 당돌해 보였던 학생도, 소심하고 용기 없어 보였던 청년도 신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면 앞으로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게 됩니다. 처음에 부족해 보이는 성소 동기를 안고 입학했던 신입생들이 신학교 생활을 통해 조금씩 변화되어 갑니다. 신학생 양복이 어색해 보였었는데 어느새 수단 입은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리고, 복사 서는 것도 어색해 보였는데 부제품을 받고 제단에서 부제 복사를 섭니다. 그리고 입학한 지 10년 뒤, 이들은 모두 사제 서품식에서 “예, 여기 있습니다!”라고 부르심에 응답하며 예수님을 닮은 목자로 태어납니다. 예비신학생 양성과 사제 서품식 준비를 동시에 하는 성소국에서 일하다 보니, 이들의 변화된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체감하게 됩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일까요?
그 답은 바로 오늘 복음 말씀에 있습니다. 목자께서 정말 좋은 분이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성소 주일에 우리는 요한 복음서 10장의 말씀을 듣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착한 목자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착한 목자는 이름을 하나하나 부를 정도로 양들을 잘 알고, 길 잃은 양이 생기면 그 한 마리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양들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기 목숨을 내놓습니다. 이런 목자는 예수님 말고는 없습니다. 시작하는 성소 동기는 조금 부족해 보일지 몰라도, 개개인의 역량은 조금 부족해도, 그런 목자께서 함께 걸어가시기에 이들은 예수님을 닮아 착한 목자가 되어갑니다.
제58차 성소 주일을 맞아 우리의 성소를 생각해 봅시다. 각자 부르심 받은 자리는 다르지만 부르시는 분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내가 조금 부족해도 목자께서 정말 좋은 분이시기에, 그분께서 바른길로 이끌어 주시리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양들이 할 일은 목자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고, 목자를 한 걸음씩 따라가는 것입니다. 또한 양들끼리도 서로를 격려한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사제 성소, 수도 성소, 그리고 평신도 성소로 ‘성소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서로의 성소를 위해 기도해 주며 함께 걸어간다면, 착한 목자께서는 앞서 걸어가시며 흐뭇하게 미소 지으실 것입니다.
최요안 세례자요한 신부 | 서울대교구 성소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