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신부님들과 ‘삼성산 성지’에서 영성 모임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주일을 보내고 월요일 새벽 미사까지 마치고 나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 길게 한숨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그러다가도 사제들과 한 약속이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삼성산 성지를 오릅니다. 한 달 만에 만난 신부님들과 반갑게 인사한 후 성체조배를 하고 복음을 연구하여 나눕니다. 또한 사목 현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함께 성찰하고 식별을 합니다. 그러면 피곤함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사도적 열정이 다시 불타오르며, 형제 사제들의 사목 활동에서 자극을 받고 유익한 정보도 얻게 됩니다. 그래서 그 시절 사제들 모임을 갖던 삼성산 성지는 저에게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였고, 회심의 장소였습니다.
사순 시기는 회개와 보속의 시기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친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의 구원을 위해 내어 주셨음에도(로마 8,32 참조) 우리는 자주 여러 핑계를 대며 그분의 가르침에서 멀어져 살아왔고, 그분의 사랑에서 자주 벗어나 있었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사순 시기는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을 묵상하고 새롭게 회심하여 부활을 살도록 다짐하는 시기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시험해 보려고 부르십니다. “내가 너에게 일러 주는 산에서 그를(아들 이사악) 나에게 번제물로 바쳐라.”(창세 22,2) 유독 산으로 부르시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봅니다. 바로 인간의 구원과 성화를 위해 모든 것을 섭리하시고 주관하시는 하느님을 알게 하고, 그분께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갖게 하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또한 어쩌면 당신을 잠시 잊고 살아왔던 아브라함이 하느님 당신께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아브라함에게도 주님께서 일러주신 산은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였고 회심의 장소였습니다.
복음에서도 산이 등장합니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마르 9,2) 이 산에서 예수님은 모습이 변하셨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그분의 옷은 새하얗게 빛나고, 그분은 엘리야와 모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십니다(마르 9,3-4 참조). 복음은 예수님의 변모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제자들도 변화되었음을 알려 줍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바로 구약에서부터 예언된 메시아시며, 그리스도이심을 알게 되고 믿게 됩니다. 제자들 역시 이 산에서 회심을 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마르 9,5)
사순 시기에 주님께서는 아브라함과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산으로 부르시듯 우리를 부르십니다. 회개와 거룩한 변화의 삶으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그분께서 우리를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들을 의롭게 해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로마 8,33)
이광휘 베드로 신부 | 사회사목국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