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에서 글쓰기와 현대 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문학의 중요성은 차치하고라도 요즘은 문해력이 문제라고들 하죠. 그것은 비단 학생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라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곤란이 떠오릅니다. 고교 생활기록부가 필요했는데, 출신 학교가 아니더라도 학교 간 전산시스템으로 인해 가까운 행정기관이 아닌 학교에서 팩스 민원을 신청 가능하다는 정보를 취득한 이후였습니다.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던지 행정실 직원들은 당황하는 듯했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전화가 돌아간 후 목소리에서도 제법 경력이 느껴지는 담당자와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전화를 당겨 받자마자 본 학교 출신만 해당 서류의 발급이 가능하다는 답을 했습니다. 저는 이미 정부24 상담센터를 통해 확인한 정보를 말하려 했지만 그는 저의 말을 자르며 같은 말만 반복하더군요. 저는 결국 이웃의 다른 학교로 가서 별로 어렵지 않게 원하는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가 제 말을 제대로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왜 타인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걸까요?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의 원인으로는 독서 부족과 휴대전화의 짧은 영상 콘텐츠가 꼽히는데, 이는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 듯합니다. 독서라면 한국 사회는 늘 부족 상태였고, 휴대전화 콘텐츠는 남녀노소 없이 시청하니까요. 저는 여기서 저 행정 직원의 경우를 좀 생각하게 됩니다. 추적해 보자면 사람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 것. 그것은 업무의 효율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집중력의 문제입니다. 상대에 대한 짧은 집중력은 바로 공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서 전 세계가 함께 부를 성가를 발굴할 취지의 ‘제23회 cpbc 창작성가제’ 심사를 할 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가사에 대한 심사를 위주로 하였는데, 그때 제 마음을 움직이게 한 곡의 힘이 바로 공감이었습니다. 어머님의 죽음 이후 힘들어하다가 예수님의 부활을 떠올리고는 일어나 해당 곡을 삽시간에 써 내려갔다는 곡 창작자의 이야기는 제게 오롯이 전달되었습니다. 그는 피붙이의 죽음을 온몸으로 앓으며 죽음을 이기고 부활한 예수님에 대한 믿음으로 일어선 것이었습니다. 음악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다는 그가 대상을 받을 수 있던 이유는 바로 그 온 맘, 온전히 전부인 그 마음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어쩌면 믿음의 시작은 공감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 사회의 문해력도 다른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그전에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려는 마음, 그를 믿는 마음이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그 곡을 통해 그날 다시 일어섬, 부활의 뜻을 깨달았던 것도 공감이었듯이요.

황유지 사라 |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