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신학생이었을 때, 그것도 저학년 시절에 들었던 어느 한 신부님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신부가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리면, 그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일해주기 때문에 본당이 어떻게든 돌아가고, 부자들과 어울리면, 그들은 돈을 내기 때문에 그 돈으로 본당이 돌아가는데, 중산층과 어울리면 그들은 몸으로도 때우기 어렵고 돈도 내기 어려워서 본당이 돌아가지 않는다. 너는 나중에 어떤 사람들과 어울릴래?”

     “모든 이들과 다 어울리면 안 되나요?”

     “네가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리면, 부자들은 너와 급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네가 부자들과 어울리면, 가난한 사람들이 너와 급이 맞지 않는다고 여기지.”

     본당의 남성 구역 형제들과 종종 술국에 소주를 마시곤 했는데, 한 형제님이 저에게 “신부님이 부자들과 어울리면 그들이 돈을 팍팍 내서 본당이 잘 돌아갈 텐데, 왜 그들과 어울리지 않으세요?”라고 볼멘소리를 하시더군요. 예수님께서는 과연 사제들이 어떤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리길 바라실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라고 하시면서, 식사를 베풀 때 부유한 사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초대하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왜 자신을 낮추라고 하실까요?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은총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 하느님 앞에서 아주 작은 존재라고 인식합니다. 반면,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만 늘어놓습니다. 따라서 그의 말을 들어보면, 그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가난한 이에게 기꺼이 가진 것을 내어놓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행동한 것이 자신의 선함 때문이 아니라 성령의 이끄심에 따른 것이라 여기며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사실 우리가 가난한 이들에게 가진 것을 나누는 행위는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는 것이기에 선행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선을 행한 이들은 자신이 선행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여깁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초대받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서 가난한 사람들, 장애인들, 그리고 내가 베푼 것을 되갚을 수 없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그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어야 합니다. 그것을 갚아주시기 위해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 나라에 초대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 그 초대를 거절한 사람은, 결국 가장 낮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형전 루카 신부 | 꾸르실료 담당